"한국이 기재부의 나라냐".. 與 '전 국민 재난지원금' 압박 여론전

강윤주 2021. 6.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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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기재부는 문 대통령 말씀 귀 기울여라"
진성준 의원 "선별 지급은 부자 차별주의"
주말 고위 당·정·청 앞두고 기재부 압박 여론 만들기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철현, 이동주, 홍정민, 진성준, 이규민 의원.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여당과 기획재정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촉구하는 전방위 여론전을 펼치며 기재부 압박에 들어갔다. "대통령 말 들으라"(이재명 경기지사)는 협박성(?) 당부부터, "선별지급은 부자 차별주의"(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무상급식 때 논리까지 끌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전 국민' 지급이라는 원칙론을 사수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는 소득 하위 70% 안을 제출했고, 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면서 "하위 80%로 정해졌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확정된 것은 없다. 논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주말에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논의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이재명 "기재부, 문 대통령 말씀에 귀 기울여야"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원칙을 재확인한 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점포에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여권 인사들도 외곽에서 여론전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재부는 대통령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재부를 겨냥했다. 5차 재난지원금이 80% 선별지급으로 정해졌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기재부가 확정된 게 아니라고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뒤였다.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는 2월 '전 국민 위로금 검토'를 말씀하셨고, 이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셨다"며 "기재부는 대통령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독립기관이 아니다. 지휘권자인 대통령님의 지시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는 국민들의 원성을 들어서야 되겠냐"고도 적었다.


진성준 "부자 차별 아니고서야 설명 불가"

여당이 올여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다시 당정 갈등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늘어난 국세수입을 근거로 전 국민 1인당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4차례에 걸친 추경으로 어려워진 국가 재정을 고려해 고소득층을 제외한 선별지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뉴스1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선별 지급 주장에 대해 "부자에 대한 차별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고 기재부를 비판했다.

진 의원은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에 대한 위로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백신과 유전자증폭(PCR)검사에 대해 비용을 물지 않듯, 재난지원금 역시 일괄적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소비 진작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재부의 방식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기재부의 구상은 취약계층에는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되, 상위 고소득층에게는 카드 사용 내역을 기준 삼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는 거다. 카드사에 세금을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나랏돈이 나가는 건 같다.

그러나 일반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역을 특정하지 않았기에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은 시한과 사용 지역을 한정하면서 30% 이상의 소비 증대 효과가 있었다"고 1차 재난지원금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선별 지급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진 의원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다지만, 캐시백으로 보전해야 하는 예산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라며 "무상급식 때 이건희 손자한테도 밥 먹여줘야 되느냐,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그 논리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정이 선별지급에 합의했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면서 민주당 내에선 반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진 의원을 비롯한 42명의 국회의원이 속한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균일하게' '바로 지금'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기재부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당이 국민의 대의로서 결정하면 기재부는 따르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전날에는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과 이수진, 김승원, 이탄희, 김용민 등 27명 의원이 모여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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