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탄압에 퍼지는 공포.. 붓 꺾는 홍콩 학자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 정치학자 이반 초이는 빈과일보가 폐간을 발표한 지난 23일 15년간 이어온 신문 칼럼의 절필을 선언했다. 이반 초이는 2006년부터 홍콩 명보에 매주 정치 평론을 실어왔다.
초이는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후 특히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을 쓰는 데 있어 정치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제 칼럼 집필을 그만둬야 할 때라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중국 공산당에 반하는 글을 쓰는 이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SCMP는 “광범위한 내용의 홍콩보안법이 언론에 자유롭게 견해를 밝히고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해온 학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보안법 9조와 10조는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학교, 사회단체, 언론, 인터넷 등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이들에 대한 선전·지도·감독·관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홍콩 경찰은 포털 등이 제공하는 기사나 정보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삭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 등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SCMP는 다른 몇몇 학자들도 신문 칼럼 절필을 결심했고, 그간 자유롭게 코멘트를 해온 일부 학자는 이제 익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정기적으로 평론을 해오다 중단한 한 평론가는 SCMP에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홍콩보안법의 광범위하고 무시무시한 적용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토론을 위한 올바른 환경이 결여돼 있다”며 “점점 더 칼럼을 쓰는 게 힘들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런 상황을 놓고 ‘문을 닫은 것은 빈과일보지 홍콩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빈과일보는 홍콩에서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홍콩을 미국·영국의 대중정책과 결탁시키려는 여론의 본거지가 됐다”며 “헌법에 대항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매체를 허용할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홍콩의 그 어떤 것도 헌법에 맞설 수 없다”며 “헌법과 기본법에 맞서는 행위를 미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은 빈과일보 폐간이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직접 성명을 내고 “중국의 억압 강화가 빈과일보의 폐간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중국은 기본적 자유를 부정하고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홍콩 주민들을 흔들림 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적 언론은 견고하고 번영하는 사회에 귀중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중국은 독립 언론을 표적삼는 것을 중단하고 구금된 언론인과 언론 경영진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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