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넉 달 동안 한밤이어도..공룡은 북극서도 가족을 이뤘다

조홍섭 2021. 6. 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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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씩 계속되는 밤과 추위, 부족한 먹이 등 북극의 겨울은 동물이 살기엔 최악의 환경이다.

패트릭 드러큰밀러 미국 알래스카대 북극 박물관 고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알래스카 북단 북위 80∼85도 지역에 분포한 7000만년 전 퇴적층에서 공룡 태아와 새끼의 이빨과 골격 화석 수백 점을 발굴해 북극에서 공룡이 번식한 직접 증거를 확인했다고 25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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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북위 82도서 공룡 7종 태아·새끼 화석 첫 발굴.."공룡은 더운피 동물" 증거
극야 등 환경이 혹독한 북극 근처에서도 트리케라톱스 등 초식공룡과 이를 잡아먹는 티라노사우루스 등 육식공룡이 번식하며 상주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임스 헤이븐스 제공.

몇 달씩 계속되는 밤과 추위, 부족한 먹이 등 북극의 겨울은 동물이 살기엔 최악의 환경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다양한 공룡이 북극 근처에서 너끈히 살아간 것은 물론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패트릭 드러큰밀러 미국 알래스카대 북극 박물관 고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알래스카 북단 북위 80∼85도 지역에 분포한 7000만년 전 퇴적층에서 공룡 태아와 새끼의 이빨과 골격 화석 수백 점을 발굴해 북극에서 공룡이 번식한 직접 증거를 확인했다고 25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이 찾아낸 각종 공룡의 미소 화석. 작고 약해 좀처럼 찾기 힘든 화석이다. 패트릭 드러큰밀러 제공.

공룡이 북극과 남극에서 살았음은 1950년대부터 화석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공룡이 극지를 오가며 살았는지 아니면 혹독한 환경에 터 잡고 살았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드러큰밀러는 “이들은 여태껏 존재했던 가장 북쪽에 살던 공룡”이라며 “알 속 태아나 갓 태어난 새끼 공룡을 한 두종이 아니라 적어도 7종을 확인해 공룡의 번식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연구지역과 위도별 극야 일수, 화석이 발굴된 공룡. 패트릭 드러큰밀러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중생대 백악기 말의 기후는 비교적 온난해 북극이 얼음에 덮여있지는 않았지만 북극의 겨울인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4달 동안은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계속됐고 추운 달의 평균기온은 영하 2도, 한파가 올 때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런 혹독한 곳에서 알이 커 2.5∼6달은 품어야 하는 공룡이 번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설명이었다. 이주 가설에 따르면 일부 작은 공룡은 극지에서 겨울을 났지만 덩치가 큰 초식공룡은 가을에 남쪽으로 이주했다 이듬해 봄에 돌아가 번식했고 육식공룡도 이들을 뒤따랐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대형 초식공룡인 오리주둥이공룡 등 하드로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 등 각룡류뿐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와 데이노니코사우루스 등 육식공룡도 극지에서 번식했음을 확인했다. 조사지인 알래스카 북부 프린스 크리크 층에서는 변온동물인 악어 등 파충류와 양서류의 화석은 나오지 않았고 온혈동물인 포유류와 조류의 화석은 여럿 발굴됐다.

화석지는 강이 깎아낸 가파른 절벽에 위치하며 붕괴사고가 잦아 발굴이 어려운 곳이다. 패트릭 드러큰밀러 제공.

연구에 참여한 그레고리 에릭슨 플로리다대 교수는 “극지에서 연중 살았다는 건 자연이 공룡에 낸 생리학적 시험인 셈”이라며 “항온동물만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공룡도 사실상 더운피 동물이란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체중이 30㎏ 이하인 소형 공룡은 겨울 동안 굴속에서 동면했을 가능성이 있고 대형 공룡은 비축한 지방으로 겨우내 굶던가 빈약한 먹이이지만 나무껍질, 고사리, 이끼, 속새 등을 먹으며 근근이 버텼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긴 겨울과 포란 기간 때문에 북극의 공룡은 알을 하나만 낳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5.04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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