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탈원전' 선언한 이탈리아, 2042년까지 원전 4기 해체 완료

이현경 기자 2021. 6. 25. 13: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컨템포러리 이태리' 개최
이탈리아 원전해체를 총괄하는 국영기업인 소진 직원들이 카오르소 원전의 핵연료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오르소 원전은 2034년 해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소진 제공

음식(Food), 옷(Fashion), 가구(Furniture)의 이른바 ‘3F’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유럽연합(EU) 3위 경제대국이다. 23일 주한이탈리아대사관이 서울 강남구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개최한 ‘컨템포러리 이태리(Contemporary Italy)’ 행사에서 페데리코 파일라 대사는 “현재 이탈리아는 하이테크 산업이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며 “‘3F’ 외에도 제약, 기계, 인공위성 우주 산업 등 첨단 과학기술 산업이 이탈리아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공위성을 많이 쏘아 올린 나라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량은 46GW(기가와트)에 이른다.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고급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로도 유명하다.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8위다.   

파일라 대사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원전해체 기술을 세계적으로 앞선 혁신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탈리아는 1958년 유럽 최초로 153MW(메가와트)급 라티나 원전 건설을 시작해 1963년 가동을 시작했다. 라티나 원전을 포함해 1964년에는 트리노, 가릴리아노, 카오르소 등 총 4기의 상용 원전을 운전했다. 1960년대 이탈리아는 세계 4위의 원전 대국이었다. 

하지만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는 원전 4기의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이들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핵연료 제조 공장과 핵연료봉 재처리 시설 등 핵연료주기공장 5곳과 연구용 원자로 1기도 해체가 이뤄지고 있다.  

23일 서울 강남구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열린 ‘컨템포러리 이태리(Contemporary Italy)’ 행사에서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이탈리아대사가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제공

이탈리아 원전해체를 총괄하는 국영기업인 소진(SOJIN)의 프란체스코 트로이아니 기술혁신본부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여해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대부분 확보한 상태”라며 “해체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42기다. 이탈리아의 원전 4기를 포함해 영구전지 원전은 187기이며, 이 중 해체가 완료된 건 21기에 불과하다. 또 운전 중인 원전 가운데 30년 이상 원전은 295기(65%), 40년 이상 원전은 91기(20%)에 이른다. 이에 따라 원전해체는 새로운 원전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트로이아니 본부장은 “이탈리아의 원전해체의 경제적 가치는 79억 유로(약 10조6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소진은 2033년 가릴리아노 원전해체를 완료하고, 카오르소(2034년), 트리노(2036년)에 이어 마지막으로 2042년 라티나 원전해체를 끝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트로이아니 본부장은 원전해체 계획이 담긴 수십 장의 서류를 공개하며 “원전해체는 매우 복잡한 절차와 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라며 “방사성폐기물을 다루는 등 안전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단계별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매우 자세한 세부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원전해체를 경험한 나라는 미국(16기), 독일(3기), 일본(1기), 스위스(1기) 등 4개국이다. 마리오 라체리 소진 국제협력부 본부장은 “해체 경험이 풍부한 미국, 초기 원전도입국인 영국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진은 원전해체에 필요한 폐로 분야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선정한 협력센터로 선정됐다. 라체리 본부장은 “IAEA 협력센터 자격으로 한국과도 원전해체 등에서 기술을 적극 공유하고 협력하고 싶다”며 “12월에는 IAEA가 주최하는 원전해체 역량 강화 세미나를 주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결정되면서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고리 1호기를 완전히 해체하는 데는 15년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전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사이언스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