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준 대표 "산조, 우주끝에 있는 느낌..희로애락 담겨"
해오름극장서 26일까지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 2회 수상자인 황병준(54)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증명하고 있다. 좋은 '사운드 엔지니어'의 귀착점은 좋은 '음악 프로듀서'라는 걸.
그는 공연계 창작 어벤저스가 뭉친 국립무용단 '산조'(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음악 프로듀서를 맡아 완성도에 기여했다. 해오름극장의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에서 울려 퍼지는 매끈한 사운드를 매만졌다.
사실 황병준은 '공대 오빠'(서울대 전기공학부 87학번)였다. 하지만, 교내 1년에 단 4명만 뽑는 음악 감상실 DJ로 선발(200대 1의 경쟁률)되는 등 음악을 끼고 살았다. 결국 전공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진로를 바꿔 버클리 음대에 입학했다.
미국 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2012년 클래식 부문 최우수 녹음기술상(Best Enginneered Album), 2016년 최우수 합창 연주(Best Choral Performance) 부문을 받았다.
역량을 인정받아 음반뿐만 아니라 공연, TV, 영화 등 음악 작업이 연관된 모든 곳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산조를 비롯해 국악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그를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녹음을 비롯 국악 작업을 여러 번 하셨지만 이 음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신 걸로 압니다.
"국악은 맛깔스러운 동시에 감탄을 하게 만들어요. 현악적이고 멋있죠. 틈 날 때마다 참여하고 싶어해요. 정구호 선생님과는 이번에 처음 작업했어요. 무대 이미지, 복장만 보여주신 뒤 음악은 '믿고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죠. 이머시브(몰입형) 사운드 믹싱을 위해 극장에서 사전에 작업한 것도 도움이 됐어요."
-우리나라의 민속 기악 독주곡인 산조(散調)를 모티브로 삼은 무용 공연입니다. '즉흥적 표현'이 중요한 음악인데, 원래 산조를 좋아하셨다고요.
"북소리가 모이고 꽹과리 소리가 흩어지는 등 믹싱도 산조의 정신에 맞게 했죠. 대학생 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좋아했는데, 마치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가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이후에 산조를 녹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훨씬 자유로워서 마치 우주 끝에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인간의 온갖 희로애락도 들어있는 듯했죠."
-이번 국립무용단 '산조'에 대해 만족도는 어떠하십니까?
"무용수분들이 마스크를 끼고 연습을 하셨는데 땀이 너무 나서 탈진을 할 정도였어요. 무대는 그걸 충분히 보상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쿨'하지 않으면 안 봅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협업 결정체인 '산조'는 정말 멋있게 잘 나왔어요.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죠. 상투적이지 않고 참신하고, 빤하지 않은 즉흥성이 있습니다. 재즈 같은 느낌인데, 그건 자유로운 산조의 특성이기도 해요."
-선생님의 기술적인 작업은 공연예술에 철저하게 잘 녹아들어가요. 이번에 입체 사운드도 공연에 몰입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예술에서 기술은 예술의 서포트를 해야 합니다. 만약에 공연 도중에 기술이 튄다는 건,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에요. 공연이 좋으려면, 기술은 묻어가야죠. 다만 예술가분들이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면 크게 도움이 될 거예요. 표현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죠. 곡을 쓸 때와 그게 녹음으로 구현이 될 때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기술은 예술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예술의 본질이죠. 사운드 엔지니어 역시 음악적 신뢰감을 갖고 있어야 해요. 엔지니어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에 동참하게 되는 거니까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IT가 중요해지고, 갈수록 엔지니어들이 주목 받는데 혹시 음악 쪽으로 전향한 것에 대해 혹시 잠깐이라도 아쉬운 적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하하. 저도 나중에 알았는데 제가 논리적이거나 부단히 파고들기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더라고요. 규칙적인 연구원이나 교수를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예술, 그 중에서도 이번에 춤을 접하니까 새삼 숭고하다는 것이 느껴져요. 거짓말하지 않는 몸을 미치게 쓰시는 분들은 성스럽죠. 이런 작업에 스태프로서 일심동체가 된 것 자체가 감사해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면서 이 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적인 측면에 대해 해외에서 궁금하는 시대가 도래했어요. 코로나19 이전에 해외에 있을 때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호감을 표시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제 생각에 상을 받고 안 받고는 크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아요. 상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상황과 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물론 프로모션에 상징적인 도움은 되지만요. 방탄소년단을 비롯 지금도 충분히 한국문화는 고무적이라고 봐요. 원래 우리 민족이 풍류를 즐겨왔기 때문에,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표현해나가는 일도 중요하고요."
-여러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계시니 항상 바쁘실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해보지 못한 작업 중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지금 가장 중요하게 하는 작업은 네이버, 서울대 음대, EBS가 함께 하는 '서울대 음대 레슨노트' 촬영과 녹음이에요. 국립합창단을 비롯 게임, 영화 음악 작업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한양대 음대 교수) 선생님 음반 작업도 하고 있어요. 과거에 송광사 스님들의 새벽 예불을 담은 음반 작업도 했는데 기회가 되면 '종묘제례악'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스튜디오 같은 안전한 장소에서 벗어나 의외성이 담기는 작업을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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