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다" 채무자가 낸 소송..대법 "채무 확인돼도 지연이자 이율은 5% 못넘겨"

홍혜진 2021. 6. 25. 12: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매경DB]
채무자가 채권자를 향해 "돈을 더 갚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채무가 확인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를 이행하라"는 반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채무자에게 잔여 채무에 대한 지연 책임을 물어 민법상 법정이율 5%보다 높은 이자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상가 철거공사 발주인 A씨가 다른 상가 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중 지연이자율을 고쳐 파기자판 했다고 25일 밝혔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재판이다.

판결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서 개업을 준비하던 A씨는 2017년 2월 개업을 앞두고 상가 내부를 철거하기로 하고 한 철거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공사 도충 철거업체 직원의 실수로 천장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같은 건물에서 상가를 운영하던 B씨의 방송용 카메라와 쇼파 등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B씨에게 모든 손해를 변상하기로 하고 현금 등 412만원을 지급했지만, B씨는 피해액이 1500만원에 달해 손해가 모두 변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더 이상의 돈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음에 따라 A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B씨는 2심에서 카메라 수리비 등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손해를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주장을 받아들여 A씨가 B씨에게 1100만원을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건 사고일부터 원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이후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특례법 3조에서 규정한 연 15%를 적용해 갚으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단한 손해배상채무액은 수긍하면서도 지연이자율 15%를 적용한 것은 잘못됐으며 판결 선고일 이후부터도 민법상 법정이자율인 5%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향해 빚을 갚으라며 낸 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 높은 이자를 부과해 빚을 빨리 갚게끔 하는 소송촉진 특례법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원고가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한 것이고 이에 대해 피고가 반소를 제기하는 등 그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한 바 없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채무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지연손해금에 소송촉진법 제3조의 법정이율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