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전 일본 병원장 은혜 잊지 않고.. 신의지킨 '전쟁영웅'

박현수 기자 2021. 6. 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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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1주년을 맞아 대를 이어 신의를 지킨 6·25전쟁 영웅의 스토리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6·25 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94)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이 최근 펴낸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을 통해 고학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일본 유학 시절, 친자식처럼 보살펴 준 일본인 병원장 가족과의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애틋한 사연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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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71년만에 일본 야스이 의원을 방문한 최영섭(왼쪽) 고문이 야스이 원장의 손녀인 호소야 원장과 반갑게 손을 맞잡고 있다. 최영섭 고문 제공

최영섭 고문 회고록 펴내며 日 유학시절 애틋한 사연 공개

1941부터 4년간 야스이병원서

낮엔 일하고 밤엔 중학교 다녀

병원장부부,친자식 같이 돌봐줘

학업 마치고 무사히 귀국도 도움

71년만 둘째 아들과 다시 찾아

손녀와 만남…최근 회고록 전달

6·25전쟁 71주년을 맞아 대를 이어 신의를 지킨 6·25전쟁 영웅의 스토리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6·25 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94)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이 최근 펴낸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을 통해 고학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일본 유학 시절, 친자식처럼 보살펴 준 일본인 병원장 가족과의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애틋한 사연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회고록 출판사인 ‘프리덤&위즈덤’ 관계자가 노환으로 한국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최 고문을 대신해 지난 16일 일본 도쿄(東京) 야스이(安井)의원 호소야 마스미(細谷眞澄) 병원장에게 최 고문의 회고록을 전달하면서 감동을 더 했다. 호소야 병원장은 “소중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건강을 되찾으셔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시립3중학교를 다니며 고학하던 최 고문은 1941년부터 4년간 낮에는 야스이 의원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 중학교에 다녔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의 주경야독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3층으로 된 병원 내부를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당시 야스이 원장이 수술할 때는 의료기를 소독해 전달하는 일과 환자를 안전하게 부축하는 일 등을 하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도왔다. 병원장이 왕진할 때는 병원차 기사가 되기도 했으며, 입원 환자들의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매해 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고문의 이런 성실성과 책임감에 감격한 병원장 부부는 마치 친자식처럼 여기며 병원에서 숙식할 수 있도록 최 고문을 보살펴 주기에 이르렀다.

1945년 3월 미군의 대공습으로 도쿄는 잿더미로 변했다. 최 고문은 병원장 가족과 함께 야마가타(山形)현으로 피란을 가기도 했다. 8·15해방을 2개월 앞두고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병원이 전쟁으로 불타버려 일 할 곳이 없어지자 학업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유학생활을 접고 조국으로 돌아가고자 했으나 전쟁 중이라 군수 물자를 수송하는 함선과 병력만 이동이 가능할 뿐, 일반인들의 해외 이동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때 도쿄위수사령부 의무대 간부를 겸직했던 병원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조선통행증’을 발급받아 간신히 귀국할 수 있었다. 최 고문은 일본을 떠나면서 “원장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상황이 호전되면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귀국 후 해군사관학교에 입교, 6·25전쟁에 참전하면서 재방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만약, 병원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래서 한국에 오지 못했다면, ‘대한해협해전 영웅’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71년이 지난 2016년 둘째 아들인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죽기 전에 꼭 지키고 싶다”고 하자, 최 원장이 최 고문을 모시고 야스이 의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과거 병원장 부부는 이미 별세한 상태였다. 그의 둘째 아들이 병원을 이어받았으나 그마저도 세상을 떠나 손녀 호소야가 3대 병원장을 맡고 있었다. 최 고문이 손녀 호소야 병원장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할아버지·아버지와의 각별했던 인연을 소개하자 ‘호소야 병원장은 최 고문에게 안기며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한편, 최 고문이 1965년 구축함인 충무함 함장으로 복무 중 강원 삼척 앞바다로 침투하는 간첩선을 나포하고, 간첩 8명을 생포한 상황을 도서출판 프리덤&위즈덤이 다큐멘터리로 제작, 25일 유튜브에 공개할 예정이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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