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Ⅱ' 박본 연출 "완벽성 좇는 한국 사회..K팝으로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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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현무와 청룡, 주작은 지구의 핵에서 끝난 줄 알았던 삶을 이어간다.
아이돌 그룹과 K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지난 23일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초연된 국립극단의 '사랑Ⅱ'(사랑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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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현무와 청룡, 주작은 지구의 핵에서 끝난 줄 알았던 삶을 이어간다. 여전히 아이돌이 되고 싶은 그들은 완벽한 그룹이 되기 위해 네 번째 멤버 이무기를 직접 길러낸다.
아이돌 그룹과 K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지난 23일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초연된 국립극단의 '사랑Ⅱ'(사랑투)다.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독일 극작가 겸 연출가 박본(34)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올린 연극이다.
24일 국립극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본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외부인의 시선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소재인 K팝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완벽성'이다. 박본은 "하루에 15~16시간씩 훈련하는 아이돌을 보면서 독창성보다는 완벽하게 해내려는 게 핵심적인 아이디어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가 네 번째 멤버 이무기다. 이무기는 완벽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계속 시험을 치른다. 박본은 "1000년을 견뎌 힘들게 용이 되어도 누군가 용이 아니라고 하면 다시 뱀으로 돌아간다는 설화가, 하루 16시간씩 연습해도 존재를 부정당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아이돌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제목을 '사랑Ⅱ'로 정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사랑의 더 완벽한 버전, 사랑의 후속편을 찾자는 의미로 '사랑Ⅱ'라고 붙였다"며 "완벽성과 무결점을 추구하는 연예산업을 통해, 사랑보다 더 완벽한 '사랑Ⅱ'도 찾을 수 있다고 설정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는 박본이 본 K드라마의 특성도 반영돼 있다. 그는 "한 편의 드라마에 장르가 혼합돼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어느 순간 치고받으며 복수가 이뤄지고 갑자기 공포스러웠다가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다"라고 K드라마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연극이 한국 연예산업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다. 좋다 나쁘다는 가치판단보다는 특징을 찾고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박본은 예술적 관점에서 K팝을 '가짜'로 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신선했고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K팝 안에서 아이돌이 부르는 랩에는 문화적, 역사적인 맥락이 빠져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음악은 계속해서 즐기고 싶고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진정한 예술은 독창성이 있어야 하고 고통 속에서 창작되어야 한다는 건 서구적 관점이죠."
익숙한 소재와 주제이지만 풀과 꽃이 있고 물이 흐르는 정원의 모습을 한 지구의 핵을 배경으로 아이돌 춤을 추며 사랑을 노래하는 사신(백호, 현무, 청룡, 주작)과 1만년의 수련을 거듭하는 이무기 등 작품이 지닌 세계관은 다소 난해하게 읽힐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본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갔으면 한다"며 "그 감정이 어쩌면 '사랑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본은 학창 시절 청소년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연극계에 발을 디뎠다. 2017년 '으르렁대는 은하수'로 베를린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등장시켜 국내에서도 소개됐다. 베를린예술대학 극작과 2학년 때는 데뷔작 '젊은 2D슈퍼마리오의 슬픔'으로 하이델베르크연극제 희곡부문(2011년)을 수상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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