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최재형을 大選 주자 만든 文

기자 2021. 6.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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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민주주의 파괴해온 정권의 본색

국민 속인 게 들통나도 “잘한 것”

국정원 ‘개혁’은 ‘친북 기관화’

정치 관심 없던 검사와 법관 출신

수사와 감사에 正道 지킨 게 ‘죄’

“이러다 국가 시스템 무너진다”

혹세무민하는 ‘협잡·조작·사기·선동’이 민주주의를 파괴해온 문재인 정권의 본색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사진과 해설까지 문 대통령이 돋보이게 조작해, 국민을 속였다. 그런 사실이 들통났어도, 외교부 1차관은 “홍보 관점에서 잘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무뇌인(無腦人)’ 취급한 것으로, 문 정권 행태에서 빙산의 일각인 예다. 국가정보원 ‘개혁’도 협잡과 다름없다. ‘친북(親北) 기관화’ 개탄까지 나온다. 대공(對共)수사권을 없애고, 원훈(院訓)을 바꾸며 글씨는 ‘신영복체(體)’로 돌에 새겼다. 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추켜올린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는 북한 정권과 연계된 지하 조직이던 통일혁명당 핵심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20년간 복역했다.

문 대통령이 내세워온 ‘사람이 먼저’가 실제로는 ‘내 편인 사람이 먼저’인 것도 그 연장선이다. 통혁당 사건으로 신영복과 함께 복역한 기세춘 씨의 딸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방역 비전문가인데도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한 바 있다. ‘친노·친문 대모(代母)’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도 통혁당 사건으로 징역 13년을 살았고, 문 대통령의 ‘숨은 멘토’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 원 수수 혐의에 대해, 2015년 대법원은 징역 2년을 확정했지만, 새정치연합 대표이던 문 대통령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며 감쌌다.

그런 문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내년 3월 9일 대선(大選)의 야권 주자로도 만들었다.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주문대로 실천한 윤 전 총장은 원래 정치는 관심 없고 체질에도 맞지 않는다고 공언했던 인사다. 문 대통령도 무관하지 않을 권력형 범죄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저항하며 엄정한 수사에 결기를 보인 그를 문 정권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몰아내지 않았다면, 민심도 그를 대선에 나서도록 요청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탁 은혜를 배신” 운운하며 ‘배신자’ 프레임까지 씌웠다. 적반하장이고, 조작과 선동이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설 질문을 받고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한 최재형 감사원장은 아직 결심을 밝히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이 야권 대선 주자로 만든 셈이긴 마찬가지다. 평생 올곧은 법관으로 일관하며 정치는 남의 일로만 여기던 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문 대통령은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해오셨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이라며 “불공정이 행정 부문에도 남아 있는지 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요청을 받은 대로 최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감사했다. 실·국장회의에선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감사에서 ‘경제성 조작’과 ‘주요 자료의 대거 불법 폐기’가 확인됐다. 태도를 돌변한 여당은 “정치를 하고 있다”며 엉뚱하게 최 원장을 매도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이 불편하면 사퇴하라”며 대놓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방관·방조했다. 심지어 정권 편향이 두드러진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정치 중립이 생명인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두 차례 요청을 최 원장이 거절하자, 문 대통령은 그를 역시 정치 중립이 생명인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정권 범죄 수사를 막기 위한 저의라는 법조계 안팎의 반대와 비판은 무시했다. 최 원장은 주변에 “이러다 법치가 무너진다. 이래서 국가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겠나. 이념이 나라를 망친다”고 했다고 한다. 원칙과 정도(正道)를 지킨 윤 전 총장의 권력 수사와 최 원장의 공직 비위 감사를 되레 ‘정치 행위’ 죄로 몰며, 뜻하진 않았을지언정 대선 주자로도 떠밀어놓고, 책임을 덮어씌우기까지 하는 것도 민주주의 파괴 범죄임은 물론이다. 그 죄책 또한 역사적으로도, 사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반드시 엄중히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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