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지석영의 건강법

기자 2021. 6.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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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붙이는 파리한 것을 많이 먹고 살진 것을 적게 먹으며 실과붙이는 익은 것을 먹고 생것을 먹지 않으며. 이 땅에 종두법을 들여온 지석영이 1891년에 펴낸 '신학신설(身學新說)'의 한 구절이다.

성급한 마음에 덜 여문 것을 먹어 참맛을 모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고, 날것을 많이 먹어 탈 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살진 사람'이라면 파리한 고기붙이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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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붙이는 파리한 것을 많이 먹고 살진 것을 적게 먹으며 실과붙이는 익은 것을 먹고 생것을 먹지 않으며…. 이 땅에 종두법을 들여온 지석영이 1891년에 펴낸 ‘신학신설(身學新說)’의 한 구절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서양의 다양한 의학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의 의과학 지식이 망라돼 있어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고기붙이’는 사전에는 올라 있지만 오늘날에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실과(實果)’는 오늘날 쓰고 있는 ‘과실(果實)’의 순서만 바꾼 것인데 ‘과실붙이’ 혹은 ‘과일붙이’는 요즘엔 거의 안 쓰인다. ‘붙이’는 ‘피붙이’란 단어를 통해 익숙한데 과거의 용법이 오늘날과 달랐을 뿐이다. 요즘 흔히 쓰는 ‘고기류’와 ‘과일류’로 바꿔 지석영의 가르침을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파리한’에서 다시 막힌다. 오늘날은 몸이 마르고 핏기가 없다는 뜻으로 ‘파리하다’를 쓰는데 이때는 기름기가 적다는 뜻이다. 고기가 없어 못 먹던 시절이니 파리한 것이든 기름진 것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 당시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았을 듯하다. 그러나 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비쩍 말라 살이 없는 고기를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살집과 지방을 늘려 키운 고기를 탐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이다.

과일은 익은 것을 먹으라고 하는데 잘 여문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이자니 뒤에 ‘생것’이 걸린다. 성급한 마음에 덜 여문 것을 먹어 참맛을 모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고, 날것을 많이 먹어 탈 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장을 볼 기회가 있다면 100여 년 전 지석영의 가르침을 떠올리는 것도 좋겠다. ‘살진 사람’이라면 파리한 고기붙이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입맛 없는 이나 장이 안 좋은 이라면 익은 실과붙이를 열심히 찾을 것을 지석영은 권하고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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