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누드모델이 됐냐고요?"..하영은 첫 에세이

박현주 미술전문 2021. 6. 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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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공개 누드모델 하영은이 그 편견과 시선을 견딘 여정의 기록을 에세이에 담아냈다.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며 당당한 하영은은 1988년 한 사진작가의 권유로 누드모델을 시작했다.

누드모델을 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책임감을 느낀 하영은은 누드모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도 꾸준히 싸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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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국내 첫 공개 누드모델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어쩌다 누드모델이 됐어요?”

국내 첫 공개 누드모델 하영은이 그 편견과 시선을 견딘 여정의 기록을 에세이에 담아냈다.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며 당당한 하영은은 1988년 한 사진작가의 권유로 누드모델을 시작했다.

예술계부터 의학, 패션, 게임산업까지 폭넓게 누드모델들이 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드모델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미비하다고 1996년 한국누드모델협회를 설립했고 협회 회원 수는 500여 명이 넘는다.

"누드모델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과 편견에 대한 항변, 의외로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누드모델들의 역할, 그리고 내 육체를 마주보는 것이 나 자신에게 얼마나 실체적인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어요. 몸 구석구석을 뚫어져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자각하는 일을 누구나 꼭 한 번은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도 컸습니다."

하영은은 이번 첫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삶, 그리고 날것 그대로 내 몸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해 들려준다.

“어쩌다 누드모델이 됐냐고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고 본능이며, 그 아름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피사체가 바로 우리 몸이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수줍었지만, 지금은 내가 이 일을 정말 사랑하게 됐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 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냥요. 이 일이 너무 좋아요.”(24쪽)

일에 대한 신념, 태도, 능력을 기반으로한 당당함이야말로 그녀를 지키는 동시에 누드모델 일을 하는 모든 모델들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다.

"수백 명의 사진작가 앞에서 알몸으로 우두커니 서있자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하필 ‘한탄’강 앞이었으니, 누드모델 데뷔 장소치고 이렇게 절묘한 이름을 가진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같은 맨몸이라도 밀폐된 공간이 아닌 사방이 탁 트인 야외에 있는 것은 천양지차다. 바람, 햇빛, 공기, 소리, 거기에 더해 수많은 시선들이 필터링 하나 없이 고스란히 내 피부에 와닿았다. 내 몸에 존재하는 모든 감각이 처음으로 깨어난 순간이었다." (46쪽)

거침없이 벗고 적당히 포즈만 잘 취하는 것을 누드모델의 전부로 여겼다면 오늘날의 하영은은 없었을 것이다. 하영은은 "순간부터는 진짜 제대로 하는 ‘누드모델’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사명감으로 일에 매진했다"고 했다.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이 일을 하려는 이유를 묻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영은은 "은퇴한 CEO는 여든의 나이에 6년 차 베테랑 누드모델이 되었다"고 소개했고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 목사는 누드모델을 하며 극복, 비로소 먼저 자신의 이야기도 꺼낼 줄 알고 적극적으로 봉사 활동도 나가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누드모델을 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책임감을 느낀 하영은은 누드모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도 꾸준히 싸워 나갔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더 큰 상처는 일과 상관없이 받았던 것들이었고, 누드모델을 하면서 얻은 마음의 내공이 오히려 그 위기를 버텨내게 했다. ‘괜찮아, 잘될 거야. 나는 떳떳하고 당당해’라며 그즈음 매일 스스로를 다잡았던 말들이 결국 현실이 됐을 때, 나는 한 뼘 더 성장해있었다"

처음 누드모델을 섰던 ‘한탄’ 강에서부터 수천 번 타인 앞에 모델로 섰던 여정을 되짚어보며 진솔하고, 꾸밈없이 고백한 그녀의 이야기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하영은은 매일 아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신거울 앞에 선다.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살핀다. 30여 년간 몸을 갈고닦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벗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옷과 화장, 표정으로 애써 숨기고 한껏 꾸민 내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나의 벗은 몸을 봐야 한다. 그래서 ‘발가벗는 것’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민망함과 수치심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다. 진짜 어려운 건 꾸밈없이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184쪽, 라곰 출판사.1만5500원.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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