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 서핑은 고강도 코어 운동.."바람불면 난 한강에 간다"
이런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도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50)다. 김 교수는 혈관 질환이 생겼을 때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바늘을 찔러 치료하는, 이른바 ‘혈관 내 치료’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지난해까지 1만여 건의 혈관 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의료분야 인공지능(AI) 분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선호한다. 물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이 아니란다. 김 교수는 “그런 운동은 단조롭고 덜 활동적이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 윈드서핑에 푹 빠졌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한강으로 달려간다. 윈드서핑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그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데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 “한강 윈드서핑에 푹 빠져”
4년 전. 김 교수는 꽤 많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지만 실내 운동은 성에 차지 않았다. 야외 활동도 마땅찮았다. 심지어 자전거 타기도 단조로워 보였다.
더 활동적이면서도 더 몰입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또한 병원 근무를 끝내고 30분 이내에 달려가 즐길 수 있는 종목이어야 했다. 누군가 윈드서핑을 추천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강윈드서핑장을 찾았다.
처음 윈드서핑을 배울 때는 세일(돛)을 잡고 물에 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팔에 잔뜩 힘을 줬더니 손까지 벌벌 떨렸다. 밤이 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나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근육통은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초보라면 다 겪는 증세”라고 했다. 원래 코어 근육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팔과 다리에만 힘을 줬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팔과 다리 힘을 빼고 균형감을 찾자 근육통은 사라졌다.
● “윈드서핑은 고강도 코어 근육 운동”
윈드서핑을 4년 동안 꾸준히 한 뒤 달라진 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응급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금세 지쳐 털썩 주저앉는 때가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더 자고 싶고, 하루 종일 졸렸다. 이따금 외래 진료를 보는 중에 환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틈을 타서 살짝 졸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별로 없다.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
실제로 윈드서핑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세일을 넘어뜨리지 않으려면 팔보다는 허리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또한 균형감을 잡으려면 팔과 다리 모두에 고르게 힘을 줘야 한다. 일종의 전신 운동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지만 실제로 이처럼 힘이 많이 들어 열량 소비도 만만찮다.
운동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윈드서핑은 귀족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용하는 서울시한강윈드서핑장에는 50개의 클럽이 있다. 클럽들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9개월 이용료는 강습비, 장비대여를 포함해 총 150만 원이다.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 이용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윈드서핑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즐길 수 있다.
● “활동성 강한 레저로 건강 효과 충분”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1회 이상 스키장에 간다. 대학생 때 처음 시작했으니 30년 경력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병원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 야간과 심야 스키를 즐겼다.
김 교수는 이처럼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를 추구한다.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스쾃 같은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따로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면 운동량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스피드도 맛볼 수 있으며 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인 셈이다. 김 교수는 “레저 스포츠는 실력이 좋아지면 상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실제 에너지 소모나 근력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초급에서 고급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김 교수가 꼽는 레저 스포츠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나이 제한 없이 70대가 돼도 건강 증진 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안전이다. 활동성이 크거나 속도가 빨라 방심하면 부상할 우려가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규정만 지키면 오히려 부상의 염려가 가장 적은 게 레저 스포츠”라고 말했다. 헬멧 착용하기, 점프 금지와 같은 사소한 규정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신경 써야 할 점을 김 교수에게 물었다. 첫째, 초보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기는 게 좋다. 사고나 부상은 갑자기 발생한다.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돌발 상황이 생겨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가급적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부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첫 배움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배우지 않은 자세나 기술을 무리하게 시도할 때가 있다. 이 또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사고는 이럴 때 발생한다. 강사에게 배운 자세가 능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초보 딱지’를 뗄 무렵이면 대부분 실력이 늘면서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특히 이때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연마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한두 번 고난도 기술을 해냈다고 과신하면 안 된다. 레저 스포츠는 그때그때 자연 환경에 따라 고난도 기술이 실패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넷째, 체력적 한계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파도가 얼마나 치는지에 따라 체력이 빨리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하던 대로 즐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윈드서핑의 경우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면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그 즉시 운동을 끝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시간을 넘기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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