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품은 신세계, '위기의 쿠팡' 추격할까

윤정훈 2021. 6. 25. 10: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이베이 인수로 이커머스 경쟁 발판 마련
외형확대, 가격경쟁력 제고 시너지 효과 기대
쿠팡, 강력한 풀필먼트 경쟁력 앞세워 올해 1위 전망
탈퇴, 불매 등 소비자 반감 확산되면 성장둔화 우려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신세계그룹이 실질적 이커머스 1위 쿠팡을 잡을 수 있지 주목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세계가 이번 인수로 이커머스 판을 흔들겠지만, 여전히 쿠팡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신세계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3조44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 지분 80.1%를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디지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작년 기준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21조 1000억원으로 점유율 기준 15%로 네이버(18%)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쿠팡은 13% 점유율로 3위다.

이번 인수를 주도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24일 공식자료를 내고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이번 인수전 승리에 의미를 담았다.

이마트는 이번 인수를 통해 빠른 시너지를 위해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2위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쿠팡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도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는 쿠팡을 이기기 위해서 신세계그룹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었다는 의미다. 이마트의 오프라인 거점과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이 유기적으로 결합을 이뤄내야 쿠팡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이번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나, 규모와 시너지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거래액 성장률 개선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의 방향성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2위지만 올해 혹은 내년에 다시 3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외형확대와 가격경쟁력 제고 등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쿠팡과 겹치는 이베이코리아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단기 마케팅비 확대와 물류투자 확대 등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소방활동을 위한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42억 686만달러(약 4조 7348억원)를 기록했다. 활성 고객수도 1603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큰 악재만 없으면 올해 이커머스 명실상부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수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신세계, 쿠팡이 거래액은 비슷하지만, 직매입을 하는 쿠팡과 비교할 수 없다”며 “쿠팡은 미국 상장으로 시가총액 80조원 이커머스 거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AI(인공지능)리테일링을 구현하는 업체”라며 “1000만명이 넘는 고객데이터로 로켓배송, 콘텐츠 추천, 배달까지 하고 있는만큼 국내에서는 쿠팡을 단기에 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이슈는 쿠팡이 넘어서야할 숙제다. 최근 쿠팡 계약직 직원의 노동환경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회원탈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 쿠팡의 성장에도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 교수는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을 하면서 경쟁력과 미래가치가 검증됐다”며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쿠팡 대세론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날 김범석 쿠팡 의장이 공교롭게 사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비자 반감이 커졌다”며 “SNS를 중심으로 ‘쿠팡탈퇴’와 불매가 언급될 정도로 악화된 여론이 단기적인 쿠팡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