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예쁜 붕어가 놀던 작은 연못..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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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가 작곡하고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1971년 김민기 1집 음반을 통해 발표됐고 올해는 그로부터 50년이 됐다.
'작은 연못'은 이듬해인 1972년 '양희은 고운 노래 모음 제2집'에 실린 노래로, 예쁜 붕어 두 마리가 등장한다.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부분까지 흥얼거리면서 그림책을 읽던 독자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전개되는 면을 넘기다가 툭툭 끊기는 노래에서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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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김민기 글·정진호 그림│창비
김민기가 작곡하고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1971년 김민기 1집 음반을 통해 발표됐고 올해는 그로부터 50년이 됐다. ‘작은 연못’은 이듬해인 1972년 ‘양희은 고운 노래 모음 제2집’에 실린 노래로, 예쁜 붕어 두 마리가 등장한다. 당시 유신정권은 ‘아침이슬’과 더불어 ‘작은 연못’도 이유 없이 싫어해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야 금지곡에서 풀려났고 교과서에도 실리면서 애창곡 자리를 되찾았다.
그림책 ‘작은 연못’은 바로 그 노래로 만든 책이다. 정진호 작가는 역사의 증인으로 시간의 프리즘을 통과해 온 ‘작은 연못’을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한 책으로 재해석해냈다. 책장을 넘기면 ‘깊은 산 오솔길 옆’이라는 익숙한 가사가 나온다. 글은 원곡에 맞춰 박자를 조절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림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은 연못도, 둘러싼 나무들도 생명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회색빛이 됐다. 오솔길은 레미콘이 밀어버렸는지 없고 콘크리트 도로가 위기를 예고하는 것처럼 가파르다. 현실의 무채색 오염과 앞날을 모르고 노는 먼 옛날 붕어 두 마리의 해맑은 표정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여덟 장이나 지나야 속표지와 제목이 나오는 것은 파격적인 구성이다.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부분까지 흥얼거리면서 그림책을 읽던 독자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전개되는 면을 넘기다가 툭툭 끊기는 노래에서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글이 없어지면서 다가온 포획의 손길을 피해 쫓기는 붕어가 조용히 클로즈업된다. 작가는 ‘끊어 말하기’와 ‘침묵하기’를 통해 글과 그림의 부조화를 일으켜 자연에 닥친 위기를 드러낸다. 우리가 알던 노래의 박자는 뒤엉켜버린다. 가장 강렬한 가사인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부분에서 작은 연못은 대형마트로 연결되고 어린이가 밀고 있는 쇼핑 카트 안에는 공포에 질린 붕어가 놓여 있다. 그리고 영원히 썩지 않는 무채색의 물건들이 카트에 가득하다.
영문도 모르고 금지곡이 됐던 노래 ‘작은 연못’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경고의 이야기가 됐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는’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노래와 달리 작가는 그냥 물러서지 않고 맑은 연못, 파란 하늘을 되찾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것의 실체와 해결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새로운 우화의 탄생이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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