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부터 교도소까지 독점..미국은 제2의 도금시대"

김준억 2021. 6. 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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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약탈적 독점이 나타나면 이에 저항하는 역사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탐사보도 기자인 데이비드 데이옌은 "오늘날 미국에서 독점과 저항의 밀고 당기기라는 주제는 논쟁과 대화의 주변부에만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의 편집장인 그는 저서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원제 MONOPOLIZED)에서 미국 전반의 독점 실태를 추적한 취재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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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미국에선 약탈적 독점이 나타나면 이에 저항하는 역사가 이어져 왔다. 독립 전이던 1773년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은 동인도회사의 독점에 반대하는 폭동이었고, 남북전쟁 후 곡물 수송이 독점되자 농민이 주도한 그레인저운동이 촉발됐으며 시장 권력에 맞서 싸우는 정부의 도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탐사보도 기자인 데이비드 데이옌은 "오늘날 미국에서 독점과 저항의 밀고 당기기라는 주제는 논쟁과 대화의 주변부에만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의 편집장인 그는 저서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원제 MONOPOLIZED)에서 미국 전반의 독점 실태를 추적한 취재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현재 미국 상황을 남북전쟁 후 1893년까지 거대기업의 속출로 불평등이 극심했던 '도금시대(The Gilded Age)에 비유하며 "가히 제2의 도금시대라 할 만하다"고 단언한다.

책은 일반 경제서와 달리 보통 사람이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해 독점의 폐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항공 산업의 독점을 다룬 1장은 기상악화 등에 따라 아메리칸항공의 비행기에서 16시간 넘게 갇혔던 일을 계기로 소비자 운동가가 된 케이트 해니의 생생한 사례로 시작한다. 기내 화장실 변기가 넘치고 음식과 물이 떨어졌지만, 항공사 측이 계류장에 머물게 한 것은 항공료를 환불해주지 않으려는 목적이었다고 한다.

또 항공사들이 승객들을 더 태우고자 좌석 간격을 좁게 만들어 심부정맥 혈전증이 늘어난 사례와 기존 무료 서비스의 유료화로 안전벨트 외에는 모두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실상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이 고발하는 독점 폐해는 항공 산업을 비롯해 11개 분야에 이른다.

농업과 축산업은 독점 기업 때문에 한 농민의 딸이 지역 호텔에서 일하게 된 사연을, 미디어 산업은 독점 기업으로 언론인 수백 명이 실업자로 전락한 상황을 다룬다.

통신 산업의 독점 폐해는 학생들이 밤에 스타벅스 주차장에 앉아서 숙제를 하는 사례로 설명하고, 방위 산업에 대해서는 독점으로 미국이 중국의 지원 없이는 어떤 무기 체계도 운영하지 못하는 실태를 고발한다.

병원이 인공심장은 줄 수 있어도 식염수액 주머니는 주지 못하는 어이없는 실태로 의료 산업의 독점을 지적하며 교도소마저 독점 기업들이 구내식당과 매점, 화상 면회 시스템 등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실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정치권과 규제 기관이 독점을 해결하는 것은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사람들이 누가 자신들의 힘을 앗아 갔는지 인식하면서 그 힘을 되찾을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열린책들. 유강은 옮김. 536쪽. 2만5천 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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