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유괴·아동학대·살인..'어둠'에 끌리는 나는 변태일까

기자 2021. 6.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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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이 코너에서 다뤘던 소설 '체인'을 구입해 읽었다는 독자의 항의성 메일을 받았다.

대학교수인 킴에게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와 "당신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괴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뇨, 제 말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아이는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아이를 납치했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납치당한 아이라는 겁니다"라고 얘기하는 첫 장면을 마주한 순간부터, 나는 흡사 낚싯바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깨달은 물고기 같은 심정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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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화이트 ‘어디에도 없는 아이’

두 달 전 이 코너에서 다뤘던 소설 ‘체인’을 구입해 읽었다는 독자의 항의성 메일을 받았다. 딸을 납치당한 엄마가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 다른 가족의 아이를 유괴한다는 설정이나 세부 묘사가 마치 제 자식만 소중하다 여기고 민폐 행동을 방치하는 ‘맘충’을 연상케 해 기분이 나빴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도 나는 가끔 항의성 메일을 받곤 했다.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추리소설을 번역 출간했을 때, 동성애로 인한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을 소개했을 때 그랬다. 사는 게 팍팍해 소설에서나마 위안을 얻으려고 했는데 뒷맛이 좋지 않은 전개에 도리어 우울해졌다고, 이제 더 이상 같은 작가의 소설을 보지 않겠다고 독자들은 내게 알려주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강간과 어린이 성애증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문예윤리위원회에 끌려가 감금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픽션이 출간됐다. 극 중에서 자신이 왜 이곳에 갇혀야 하느냐고 묻는 작가에게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 규제법이 통과된 후로 범죄를 긍정하는 듯한 창작물에도 규제를 가하기로 했는데,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남자들을 등장시키는 장면을 마땅치 않게 여긴 독자들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위원회의 요구는 간단했다. 누구라도 공감할 아름다운 이야기만 쓰라는 것. 아직 한국에 번역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세히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어째서 나는 그동안 살인으로 점철된 미스터리 장르에 천착해 온 것인가. 그런 종류의 작품에 재미를 느끼는 나는 변태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조신하게 반성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데 이럴 수가(털썩). 지난 한 달간 열심히 읽은 요즘 소설들 가운데 제일 끌렸던 것이 하필이면 두 살 아이의 유괴 사건을 다루고 있다니.

대학교수인 킴에게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와 “당신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괴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뇨, 제 말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아이는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아이를 납치했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납치당한 아이라는 겁니다”라고 얘기하는 첫 장면을 마주한 순간부터, 나는 흡사 낚싯바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깨달은 물고기 같은 심정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킴을 납치했는지, 시종일관 중간을 건너뛰고 결말을 먼저 확인하고 싶다는 유혹과 싸워야 했다.

나랑 상관도 없는 유괴 사건의 진실 따위가 도대체 왜 궁금한 걸까. 아무래도 나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한숨). 그러니 아동학대와 동성애, 사이비 종교와 살인에 대한 어두운 묘사가 싫다는 분들은 절대로 소설 ‘어디에도 없는 아이’(현암사)를 거들떠보지 말아 주시길. 부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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