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구호, 한국무용의 세련된 애인..'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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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의 세련된 애인(愛人). 패션 디자이너 겸 공연 연출가 정구호는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로 이 수식을 재증명한다.
무용 작업을 통해 내로라하는 연출로 손꼽히게 된 그는 이번엔 산조(散調)를 통해 무용에 구애한다.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을 2회 수상한 황병준 프로듀서가 이선화(거문고), 김동원(장고)과 함께 녹음한 거문고 산조가 울려 퍼진다.
2·3막의 음악은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대표인 안무가 겸 작곡가인 김재덕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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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 무용의 세련된 애인(愛人). 패션 디자이너 겸 공연 연출가 정구호는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로 이 수식을 재증명한다.
무용 작업을 통해 내로라하는 연출로 손꼽히게 된 그는 이번엔 산조(散調)를 통해 무용에 구애한다. 산조는 우리나라의 민속 기악 독주곡이다. 기본 장단·조성을 전제로, 연주자 개성을 담은 '즉흥적 표현'을 중시한다. 재즈와 비견되기도 한다.
정구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꼽는 산조를 시각화한다. 최진욱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고블린파티의 임진호와 뭉쳤다.
흩어질 산(散), 가락 조(調)를 뜻하는 산조의 이름 그대로 음악 언어를 몸의 언어로 옮긴다. 최 안무가의 단단한 전통적 뿌리 위에, 임 안무가의 비균질적 몸짓이 보태지면서 리듬과 위트가 생긴다.
작품은 총 3막9장. 1막 '중용(中庸)'은 고수의 북장단으로 시작한다. 장단은 단순하고, 선율은 담백하다.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을 2회 수상한 황병준 프로듀서가 이선화(거문고), 김동원(장고)과 함께 녹음한 거문고 산조가 울려 퍼진다.
허공에 달처럼 떠있는 지름 6m의 대형 바위를 배경으로 여성 무용수의 정제된 움직임이 독야청청하다.
2막 '극단(極端)'에서 무용수들 무리는 산조처럼 모였다 흐트러지고, 몸짓은 조였다 풀어진다. 이들의 비균질적 움직임을 일목요연하게 꿰는 건, 다양한 길이(가로 40㎝~2m)의 막대 소품이다. 무용수들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막대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를 연결한다. 특히 마치 시침·분침·초침처럼 겹쳐져 공중에서 도는 삼각 모양의 오브제는 독특한 리듬감을 선사한다.
3막 '중도(中道)'가 공연의 봉우리다. 산조처럼 비정형적인 요소가 가득한 춤과 음악이 동적인 움직임으로 조화를 이룬다. 낯선 균형감이다. 해, 달, 물, 산 등의 모습을 스케치하며 튀지 않는 배경이 되는 원형 LED는 모던하다.
2·3막의 음악은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대표인 안무가 겸 작곡가인 김재덕이 맡았다. 산조를 재해석한 일렉트로닉 선율이 귀와 심장을 감싼다. 2막은 신시사이저와 장고를 주악기로, 긴박한 속도감이 일품이다.
아쟁 산조 명인 김영길의 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3막은 반복성이 특징 중 하나인 스페인 무곡 '볼레로'가 연상될 정도로 중동적이다. 김재덕은 굿거리장단의 변주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직접 얹었다.
이런 산조의 음악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해오름극장의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을 통해 풍성하게 객석에 전달된다.
결국 국립무용단 '산조'는 모티브로 삼은 음악의 본질을 연출, 무용, 사운드에도 그대로 옮겨낸다. 정구호는 편집과 변주에 능한 편집자인가 싶다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을 재탄생시키는 창작자와 같다.
오랜 기간 수련으로 경지에 이르는 한국무용과 전통음악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안긴다. 하지만 때론 전통을 소외시키지 않고 현대적으로 빨아들이는 세련된 난해함이 집중도를 더 높인다.
멀게 느껴지던 음악 산조가 이렇게 오늘날 매끈한 '공연 예술'이 됐다. '묵향' '향연' '춘상'에 이어 정구호는 감각으로 무용를 밀어붙였고 성공했다. 그가 한국무용의 혈족은 아닐지라도, 명백한 배우자임을 '산조'는 보여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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