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한복· 김치는 중국 것' 중심엔 역사교과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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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으로 불거진 한중 간 역사갈등의 중심에는 늘 그렇듯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있다.
한국을 중국에 복속한 비자주적 국가로 묘사하거나, 고대 이래로 일본의 영향력하에 있었다든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요지이기 때문에 열강에 앞서 장악해야 한다는 식의 서술이 그렇다.
오병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은 중국의 근대 역사학이 자국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모색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을 일본 근대가 생산한 근대 지식과 방법을 중국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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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으로 불거진 한중 간 역사갈등의 중심에는 늘 그렇듯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있다. 한국을 중국에 복속한 비자주적 국가로 묘사하거나, 고대 이래로 일본의 영향력하에 있었다든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요지이기 때문에 열강에 앞서 장악해야 한다는 식의 서술이 그렇다. 최근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한국의 정치제도에서 일상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국 것을 복사했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한복과 김치 원조 논쟁은 그런 연장선상이다.
국가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 난망한 한중 간 역사문제의 이해를 좁히기 위해 동북아역사재단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과 중국의 역사교육자 간 대화를 모색해왔다. 대화는 한중 역사교과서 갈등이 근대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서술 방식의 차이라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한중 역사교과서 대화’(동북아역사재단)는 재단이 주최하고, 양국의 역사 교육자들이 참여한 10여 차례의 학술회의 내용 중 일부를 모은 것이다.
오병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은 중국의 근대 역사학이 자국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모색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을 일본 근대가 생산한 근대 지식과 방법을 중국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단일민족의 창출, 건국 영웅, 통일 영웅 중심의 단일한 서사 방식은 전통적 중화주의를 바탕으로 메이지 시기 일본식 역사 서술 방식을 대폭 수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근대 중국의 ‘조선’ 인식은 이런 일본 식민사학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자오야푸 셔우두사대 교수는 중국 역사교육에서 한족주의 중심의 민족주의적 성격을 밝힌다. 특히 난징 국민 정부 수립과 항일전쟁을 계기로 당국 체제 및 전시 동원 체제와 결합, 정치적 동원의 도구로 활용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역사교육의 국가주의적 성격은 신중국 이후에도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목표와 역사교육을 통해 국민을 동원해야 하는 체제적 특성상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진은 중국의 근대 교육과 함께 도입된 학교 교실이 민족주의를 확산시킨 제도적 기제였음을 밝힌다. 학생들은 신식 교과서와 출판물, 학교와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현대 국가 관념을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단 운동을 펼침으로써 국민 운동의 주체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근대 민족주의 운동은 국민국가 건설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교실의 역사 교육이 현재 역사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2003년 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교과서의 중국 근대사 서술 내용을 정치성과 현대성이란 개념을 통해 검토한 자오야푸의 연구도 눈길을 끈다. 2003년 교과 과정을 소련식 정치 이데올로기 교육식에서 미국의 시민교육 제제로의 이행으로 본 점이다. 그렇다고 정치사상 교육이 약화된 게 아니다. 쟈오야푸는 “학문적, 사상적 내용과 형식적인 관계의 전환 또는 정치성과 현대성의 관계 전환”에 불과하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현대화됐을 뿐 내용은 더욱 정치적이 됐다는 것이다. 쟈오야푸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폭넓은 역사 해석을 시도하게 하는 것이 정치 교화로부터 역사교육의 독립을 기대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중국의 근대 이후 역사교육이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성격을 띠며,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음에 주목, 중국의 대국화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한중 역사교과서 대화/동북아역사재단 엮고 펴냄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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