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그 후..조남주, 손원평 첫 소설집 출간

2021. 6. 2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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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작가 조남주, '아몬드'의 손원평이 첫 소설집을 냈다.

조남주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민음사)은 포스트 '82년생 김지영'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평생 집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자신의 일이라 여기며, 그걸 존재 이유로 삼았던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다.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첫 소설집 '타인의 집'(창비)은 작가의 데뷔시절부터 최근까지 5년여의 궤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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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작가 조남주, ‘아몬드’의 손원평이 첫 소설집을 냈다. 조남주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민음사)은 포스트 ‘82년생 김지영’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82년생 김지영’이 낸 균열 위에서 여성 혹은 가족의 삶이 어떻게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 다양한 결로 보여준다.

‘우리가 쓴 것’은 ‘여자아이는 자라서’‘가출’‘현남오빠에게’ 등 8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여든 살 노인부터 열세 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돌연한 상황 속에서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과거 가부장제하에서 일상적이었던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상처를 입은 이들은 여성에 국한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에 짓눌린 아버지들이 조명되고 있는 점이 새롭다.

소설 ‘오기’에선 페미니즘 소설로 큰 파장을 일으킨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 은사를 만나면서 다시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는 내용이다. 똑똑한 아들의 중국 유학비를 어떻게든 대보려 트라우마를 지닌 채 택시운전대를 잡은 아버지는 결국 추락사고로 숨진다. 아버지의 무능에 대한 화를 나에게 쏟아부었던 오빠의 폭력은 가부장제의 또 다른 얼굴이다.

‘가출’은 피해자로서 아버지의 삶의 이면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어느 날 일흔둘의 아버지가 가출했다. 평생 집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자신의 일이라 여기며, 그걸 존재 이유로 삼았던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다. 가족들은 주말마다 모여 대책을 논의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 그러던 중 나는 아버지에게 준 카드의 결제 정보 알림을 받게 된다. 삼거리 콩나물국밥집, 홍대 카페, 왕십리 노래방 …. ‘아버지는 잘 있다’는 메시지로 나는 이해한다. 엄마집을 찾는 오빠들은 요리도 하고 설겆이도 하면서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벽을 넘어야 할 얘기들은 조남주 서사의 중심이다. 데이트에서 흔히 벌어지는 가스라이팅, 페미니즘 내 여성갈등 등 이야기는 계속된다.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첫 소설집 ‘타인의 집’(창비)은 작가의 데뷔시절부터 최근까지 5년여의 궤적을 보여준다. 온전한 집에서 살지 못하는 청년세대의 꿈과 일, 집 문제를 씁쓸한 촌극으로 풀어낸 표제작 ‘타인의 집’을 비롯, SF ‘아리아드네 정원’, 소설 ‘아몬드’의 외전 격인 ‘상자 속의 남자’ 등 다채로운 이야기 8편으로 구성됐다.

‘타인의 집’은 연애도 파투나고 회사에서도 잘리고 월세 인상으로 살던 집에서 쫒겨나다시피한 ‘나’가 ‘역세권, 슬세권, 스세권’ 대단지아파트 전셋집 셰어하우스에 불법 월세 입주자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웃픈 이야기다. 세입자가 전셋집을 쪼개 또 다른 세입자를 끌어들인 이 셰어하우스에서 입주자들은 사소한 갈등으로 늘 분란을 겪지만,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슬기로운 공동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갑작스럽게 집을 방문하면서 입주자들이 불법 거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어설픈 연극을 준비하지만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내놓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괴물들’의 여자는 어느 날, 쌍둥이 아들의 메모를 훔쳐보다 충격에 빠진다. “아빠를 죽일 거야. 오늘 저녁. 우리 손으로”라는 글에 여자는 불안한 하루를 보낸다. 설마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이 아빠를 죽였을지 모른다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신경질적이고 초조해하는 여자의 모습은 충격적 결말로 치닫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가 쓴 것/조남주 지음/민음사

타인의 집/손원평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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