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필요한 올재 '손자병법' 외 신간다이제스트

2021. 6. 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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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손무 지음, 임용한 옮김, 올재)=‘군사학의 고전’,‘병경(兵經)’으로 불리는 ‘손자병법’은 최근 리더십, 경영이론서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역사와 전쟁사에 대한 이해없이 문자적으로만 해석, 잘못 이해되기도 한다. 임용한 한국고전역사연구소장은 이런 대표적 사례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는 구절을 든다. 힘들이지 않고 피해를 보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인데, 해석은 좀 갈린다. 임 소장은 이는 단지 아군의 피해만이 아니라 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걸 의미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마음을 얻는 것이 최선의 승리라는 해석이다. 전쟁사를 오래 연구하고 강의해온 임 소장이 올재클래식스로 펴낸 ‘손자병법’ 주석서를 새롭게 개정해 펴냈다. 좀더 깊고 명쾌한 해석과 적절한 예시가 특징이다. ‘손자병법’의 첫 문장은 흔히 가볍게 넘어가지만 임 소장은 “전쟁은 국가의 대사이다. 그러므로 사지와 생지, 생존과 멸망의 원리를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에서 출정을 앞둔 팽팽한 긴장감을 읽어내고, 이것이 전략의 시작임을 강조한다. 손자의 일성은 다름아닌 생존과 멸망의 원리가 무엇인지 먼저 고찰하라는 것이다. 이어 손자는 전략의 다섯 가지 기본에 대해 얘기하는데, 다섯 가지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전략은 직관적, 간결, 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쟁의 경제학, 인재를 얻는 방법, 속공과 지구전, 수비와 공격 전술 등 건조한 문체로 일관하는 손자의 병법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변치 않는 원칙을 포착, 현실 적용성을 끌어낸 해설서는 전쟁과 같은 일상을 사는 모든 이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신지수 지음, 휴머니스트)=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흔히 남자 아이, 성인 남성에 국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덜렁댄다는 소릴 듣고 자란 저자는 별 생각없이 주의력 검사를 했다가 장애의심을 받고 정신과를 찾았다. 결과는 ADHD. 여자아이와 여성 환자에 대한 정보를 찾아나선 그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여자아이들이 ADHD진단에서 배제돼 왔으며, 제때 치료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그들이 제 발로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로 발병초기 증상을 발견하면 치료를 통한 증세 완화가 가능하다. 약물을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지만 부작용이 적고 복용시 증상 호전 가능성이 높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저자는 고통의 원인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억울함에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저자에 따르면 ADHD는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한 병인을 공유한다. 질병 그 자체는 젠더 편향적 장애가 아니다. 진단에서부터 심리 평가와 치료과정도 같다. 증상 유형은 성별 차보다 개인차가 훨씬 크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환자에게 ADHD가 어떤 증상으로 발현되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ADHD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증상완화를 위한 대처방법은 무엇인지 들려준다. 진료실과 가정, 학교, 사회에서 소외된 ADHD의 젠더 편향 문제를 밝힌 유일한 책이다.

▶얼굴 없는 인간(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효형출판)=살해해도 죄가 되지 않던, 나치 치하의 유태인 학살을 호모사케르란 용어로 사유했던 철학자 아감벤이 방역이란 이름아래 생명 경시와 인간성 상실, 자유의 제한을 당연시하는 코로나 팬데믹시대에 경종을 울렸다. 방역 지침을 어기는 일체의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 현실에서, 폭력은 이웃과 주위에서 상시적으로 벌어진다. 두려움과 공포가 만들어내는 권력과 권위의 속성을 누구보다 깊게 들여다본 아감벤은 “진짜 얼굴을 보고 싶어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해변에서 지워진 모래의 얼굴처럼”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마스크 벗기 운동을 주창하는 엉뚱한 노학자로 오명을 쓴 아감벤의 말은 오로지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방역과 통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생명의 보호가 바로 그 조치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면 이 모든 비상 대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리적 생명의 수호가 우리의 사회적 삶을 파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또한 예외적인 상황이 일상화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기시킨다. 팬데믹 이후 일상과 뉴노멀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아감벤의 인문학적 사유는 중심을 잡아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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