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루저들이나 하는 짓"..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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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탐사전문기자 데이비드 데이옌이 항공산업에서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극소수 기업에 종속된 삶의 다양한 상황을 고발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독점 기업들은 살아 있는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라고 봐도 무방하다.
워런 버핏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독점 기업의 주식을 매집했고 '독점 판별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책은 독점기업들이 장악한 미국 경제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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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미국의 탐사전문기자 데이비드 데이옌이 항공산업에서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극소수 기업에 종속된 삶의 다양한 상황을 고발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독점 기업들은 살아 있는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의 경제는 사실상 이들 기업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얼핏 여러 브랜드가 경쟁하는 듯 보이는 시장도 소유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몇몇 지배적인 기업과 마주친다.
네슬레 한 기업이 2000개가 넘는 브랜드를 소유하고, 힐튼호텔은 6대륙에 17개 브랜드 아래 5500개 호텔 건물을 거느린다. 이처럼 저자가 소개한 기업들은 상당수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2020년 기준으로 6개 주요 은행이 자금 대부분을 통제한다. 4개 항공사가 승객들을 미국 각지로 실어 나르며 4개 주요 이동통신사가 통신망을 독점한다. 미국인들의 맥주 선택권은 AB인베브(500개 맥주 브랜드)와 몰슨 쿠어스 둘 중 하나뿐이다.
미국의 이유식 시장에서는 애보트 래버러토리(시밀락), 레킷 벤키저(엔파밀), 네슬레가 미국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5대 기업(노스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언, 록히드마틴, 보잉)이 나눠갖고 있다.
몸이 아프면 3대 약국 중 한 곳으로 가야 하고 병원 치료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용품을 거대 의료업체 가운데 한 곳이 공급한다. 민간 의료보험에서는 3대 기업(애트나, 시그나, 유나이티드헬스)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한다.
저자는 규모의 저주를 경고하면서 독점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규모의 경제'가 착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옹호론자들은 기업이 커질수록 좋은 일자리을 만들고 질 좋은 제품이 생산되며, 가격도 싸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독점 기업이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그 커진 규모와 시장 지배력 때문에 '규모의 저주'가 시작된다 것.
독점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 상품이 없기 때문에 자사 상품의 질을 높일 이유도 가격을 낮출 이유도 없다.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근감소증 치료제 권장 소비자 가격은 무려 212만 5000달러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특정 산업 부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이상 독점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망할 것 같으면 정부나 알아서 구제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대기업과 대형 은행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워런 버핏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독점 기업의 주식을 매집했고 '독점 판별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책은 독점기업들이 장악한 미국 경제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이자 페이팔 공동 설립자 피터 틸의 발언은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경쟁은 루저들이나 하는 짓이다"
◇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비드 데이옌 지음/ 유강은 옮김/ 열린책들/ 2만5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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