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 "디지털혁신이 살길".. 굴뚝기업은 변신중

안경애 2021. 6. 2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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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의 자동차 소프트웨어 정적검증 솔루션 만도 제공
두산중공업의 해양풍력발전기 디지털 트윈 시스템 운영현장 두산중공업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전극커터 고장진단 모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한국항공우주 KF-21 시제기 한국항공우주 제공
포스코 포항 2고로 전경 포스코 제공
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 현대건설기계 제공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것은 옛말. 데이터 활용 실력과 디지털 혁신 능력이 살 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제조기업들이 굴뚝기업의 이미지와 생존방식을 버리고 디지털 혁신에 미래를 걸기 시작했다. 제조에 필요한 최적의 원료와 자재,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부터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고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것에서, 고객과 시장의 흐름과 선호도를 읽어 가장 좋은 시점과 방식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것까지 '모든 것의 혁신'을 IT를 통해 이뤄내겠다는 시도다.

◇인공지능으로 배터리 제조효율 높인다 =중국은 물론 국내 경쟁사와 기술전쟁을 펼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술격차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배터리 제조설비의 고장 여부를 진단하고 잔여수명을 예측해 전체 제조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전에는 다양한 배터리 모델의 제조 공정에 따라 배터리 전극 커터의 잔여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보니 엔지니어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야 했다. 배터리 전극 커터에 이상이 발생하면 제조라인과 생산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비용부담도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딥러닝 솔루션을 도입해 전극 커터에서 나오는 신호를 분석해 장비의 이상을 감지하는 진단모델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전극커터 교체 시점을 예측하는 잔여수명 예측 시스템도 개발했다. 시스템 개발에는 매스웍스의 딥러닝 워크플로우가 쓰였다. 회사는 오창공장 1~2개 라인에 프로토타입을 적용하고 성능 테스트까지 마쳤다.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진동 데이터를 전처리해 배터리 커팅 사이클 데이터를 추출하고, 장비의 비정상·정상 여부를 구분하는 특성을 추출해 모델을 훈련시킨 결과다. 이를 통해 커터 교체 1~3일 전 85~90%의 정확도로 장비 이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또 '비지도 학습'으로 약 97% 정확도의 모델,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85%~99% 정확도의 모델을 개발해 전극 커터 컨디션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궁극적으로 '실시간 배터리 전극커터 잔여수명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전체 배터리 제조라인에 적용하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디지털 트윈으로 풍력발전기 운영 최적화=

두산중공업은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된 데다 바다 위에 설치돼 접근이 까다로운 해상풍력발전기를 운영·관리하는 데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고 있다. 발전기와 내부 구조물을 3차원 가상 공간에 재연한 후 현장 상황을 똑같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 회사는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에 디지털 트윈을 시범 적용한 데 이어 풍력발전기 설계, 운영, 예지보수 등 전 과정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태양광·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면서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두산중공업의 전략이다. 설비 설계·운영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고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설계, 생산, 운영, 유지보수 수준을 높이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상 공간에 만든 쌍둥이 설비를 통해 기기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회사는 한국MS와 협력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하고 '애저 디지털 트윈', '애저 IoT 허브', '애저 머신러닝' 등을 적용해 설비에서 나오는 신호를 밀리초 단위로 수집해 상황을 파악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발전효율을 극대화하고 기존 설비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실시간 및 과거 센서 데이터, 날씨, 기타 운영 데이터를 물리 및 머신러닝 기반 모델과 결합해 생산량을 측정할 계획이다. 올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인공지능·IoT로 건설장비 이상 찾는다=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장비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해 원격에서 건설장비의 이상과 고장을 진단하고 유지보수 방식을 바꾸고 있다. 건설장비는 장시간 과중한 작업 하중을 견뎌야 하고, 센서와 전조 증상만으로 결함 발생여부를 알아내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현대건설기계는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수리함으로써 고객의 장비 가용시간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08년 원격 장비관리시스템 '하이메이트(Hi MATE)'를 개발해, PC나 모바일앱으로 장비 위치, 가동정보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장비의 잔여 연료량, 작업시간, 교체 예정 소모품 항목, 고장코드 등을 현장에 없어도 알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기계는 여기서 한 단계 발전시켜, 고장코드로 나타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이상·고장상황도 AI와 머신러닝을 이용해 감지하는 AIoT 모듈을 개발했다.

작년 1월부터 AWS와 협력해 'AI 고장진단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한국조선해양, 연세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AI 이상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AI 고장진단 1단계 기술을 구현했다. 굴착기에 부착된 수백개 센서에서 나온 데이터를 읽어서 이상과 고장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2023년 AIoT 모듈을 상용화하고, 이상감지와 고장진단에 이어 고장을 미리 예측해 사전에 대응하는 고장예지 환경도 갖출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수만대의 장비를 연결해 장비 자체가 아니라 장비의 업타임을 판매하는 사업모델로 진화시킨다는 구상이다.

◇전투기 설계·제조도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첨단 전투기 설계와 제조도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이뤄진다. 한국항공우주는 최초의 독자 개발 초음속 전투기 'KF21' 설계·개발·제조 과정 곳곳에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했다. 설계와 테스트 과정을 3D 모델링을 통해 가상환경에서 할 뿐 아니라 제조현장의 모든 요소를 가상환경에 그대로 구현한 후 가능한 모든 변수를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는 '버추얼 플랜트'를 가동하는 것.

KF21은 4월초 시제기 출고에 이어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이 추진 중이다. 한국항공우주는 KF21을 개발하면서, 개념설계부터 상세설계, 엔지니어링, 제조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고, 모든 데이터가 단일 플랫폼 내에서 실을 꿰듯 연결되는 MDB(모델기반개발) 환경을 구현했다. 수많은 데이터가 하나로 연결되는 디지털 커넥티트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이전에 3D로 설계한 후 다시 2D 도면을 만들던 방식과 달리 3D 설계 영상에서 2D 도면을 바로 만들고, 생산현장에서도 이들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과 조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설계·테스트·제조 과정에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카티아 V6' 등이 활용됐다.

전투기 내부의 각종 부품과 장치를 최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가상현실을 적용해 여러 설계자가 협업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몰입형 디자인센터도 구축했다. 최근에는 항공기와 전투기의 각종 구성요소를 3D화해 가상의 공간에서 작업하는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철강 제조공정도 디지털 트윈으로 생산성 UP

철강 제조현장에서도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이 숙련된 엔지니어 못지 않게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

포스코A&C는 철강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선부터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철을 만드는 제강, 다양한 종류의 철강 제품을 만드는 압연공정으로 구성된 철강 생산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기획, 설계, 구매·제작, 시공, 설비 강건화 등 전 단계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제철소 현장은 수십년간 가동되는 설비로 구성되다 보니, 운전·유지보수·설비교체가 힘들고 복잡하다. 그 과정에서 공정간 간섭, 물류간섭, 안전사고 등의 우려도 있다. 포스코A&C는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공정과 안전관리, 품질·원가관리가 이뤄지고 사용자간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현장정보를 3D 데이터로 생산해 관리하는 '플랜트+IT' 융합 플랫폼을 구현하고 그 위에서 설계부터 시공, 시운전, 유지관리·정비까지 이뤄지도록 했다.

◇자동차와 부품 최적화 돕는 인공지능=자동차와 부품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인공위성과 소프트웨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변수에 따른 자동차 설계 검토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자동 캘리브레이션 툴을 개발했다.

캘리브레이션은 실물의 특성을 컴퓨터 상에 옮기는 작업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의 출력값이 실물 특성을 반영하도록, 다중 입력값과 다중 출력값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실물을 반영한 목표값과 근접한 출력값을 도출할 수 있는 입력값을 찾는 과정이다. 출력, 토크, 연료소모, 정지 및 운행 하에서의 배기가스 방출 등 조건과 관련해 연료분사, 점화, 밸브 타이밍 등 파라미터를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현대자동차는 새로 개발한 툴을 이용해, 오차범위 3% 내의 캘리브레이션 정확도를 얻었다. 툴을 통한 학습과 결과 조치는 1시간 내로 완료된다. 이에 따라 캘리브레이션에 드는 시간이 약 절반으로 줄어들고, 업무효율은 50% 높아졌다.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기업인 만도는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자율주행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소프트웨어 코드 검증과정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작동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류를 감지하고, 보안 취약점, 기타 결함 등을 한번에 확인해 조치할 수 있게 됐다.

임인영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상무는 "제조기업들이 보일러, 굴착기, 지게차 같은 전형적인 굴뚝산업에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입히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있다. 기존 사업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데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면서 "원가절감과 가성비가 주요 전략이었던 국내 제조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통해 제조업의 프리미엄화를 이뤄내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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