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첩첩산중 속 '순백'의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강경록 2021. 6.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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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숲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보다 3배나 넓어
임도따라 1시간 걸어가면 순백의 나무 빼곡
亞 최초 밤하늘보호구역공원 지정된 영양
여름밤엔 별·반딧불이 동시에 볼 수있어
죽파리자작나무숲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영양. 국내 얼마 안되는 오지(奧地)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장이다. 이유가 있다. 영양을 가려면, 내륙이든 해안이든 산을 넘어야 가능하다.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태백산맥이 동쪽을, 서쪽은 일월산맥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육지 속 섬’인 셈이다. 옛 지명 역시 산에 둘러싸여 숨겨져 있다고 해 ‘고은’(古隱)이라 불렀을 정도. 후대에 ‘밝은 꽃부리’란 뜻의 ‘영양’(英陽)으로 바꿨다. 영양에서도 수비면 죽파리는 최고의 오지 마을이다. 이곳에 때 묻지 않은 명품 숲이 있다. 수령 30년생의 자작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는 국내 최대 자작나무숲이다.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순백의 나무가 가득하다.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하다. 오지 느낌의 순수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죽파리자작나무숲
오지의 끝에서 자작나무숲을 만나다

죽파리자작나무숲
영양 수비면 죽파리. 인적이 드문 곳이다.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정착하면서 개척한 마을로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죽파’(竹坡)라 불렀다고 한다. 검마산 아래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산골마을은 골짜기가 깊어 더는 갈 수 없는 막다른 세상같다. 이 골짜기 끝, 가장 깊은 곳에 ‘자작나무숲’이 숨겨져 있다.

이 숲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사람이 만든 인공숲이어서다. 산림청이 죽파리 검마산 일대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1993년. 그래도 규모는 전국 최대다. 무려 축구장 40개에 해당하는 30.6㏊에 달한다. 자작나무로 유명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보다 3배나 크다. 이 넓은 땅에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마을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한다. 죽파리 장파경로당에서 장파1교를 건너기 전, 좌회전하면 차단막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서부터 차를 세우고 걸어야 한다. 원래는 숲 입구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지만, 숲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죽파리자작나무숲 입구에서 자작나무숲으로 이어진 산책길
임도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기산마을과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자작나무 숲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숲 입구까지 3.2km. 어른 걸음으로 족히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길은 완만하고 걷기 편하다. 우람한 나무들이 길에 향기를 더하고, 길과 나란히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맑다. 차로 빠르게 지나쳤으면 볼 수 없었을 풍경들이다. 얼마나 오지인지 휴대폰도 먹통이다. 대신 오롯이 자연이 함께 걸음을 맞춘다. 푸른 나무와 마을 상수원인 계곡물 소리가 더위를 말끔히 씻어준다. 자작나무숲의 진짜 매력은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지의 자연에 흠뻑 젖어들 무렵, 자작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린다.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은 산기슭을 가득 메웠고, 머리 위에는 초록 잎이 뒤덮여 있다. 이 오솔길의 길이는 2km. 오솔길로 들어서면 눈앞엔 온통 하얀 세상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순백의 나무들이 빼곡하다. 아름답고 신비한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청량한 공기를 맘껏 마신다. 그러는 사이, 오지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빛깔에 눈길이 간다. 지나온 길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좀 더 차분하고 화사하다. 오솔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린다. 오지 자연의 깊은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실감한다. 오솔길은 가볍게 한바퀴 돌아 나올 수도, 정상 쪽으로 더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지난해 6월 국가지정 국유림 명품 숲에 지정됐다.

죽파리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는 숲길
칠흑 같은 밤 반짝이는 별과 반딧불이의 조화

영양의 또 다른 이름은 ‘청정’이다. 영양은 깨끗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섬을 제외하면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가로등을 비롯한 인공적인 조명이 없다보니 밤은 그야말로 칠흑이다. 칠흑의 밤에서 밝게 빛나는 별들은 영양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특히 수비면 일대는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IDS Park)으로 지정됐다.

영양에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칠흑 같은 밤에 반짝이는 별과 사랑스러운 반딧불이를 만나는 최적의 장소다. 이곳은 밤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주변에 민가의 불빛이 없기 때문이다. 생태공원 주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만날 수 있다.

영양은 전국에서 가장 어두운 밤하늘을 만나는 곳이다.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지정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구 일부를 포함한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390만 ㎡ 규모이다. 반딧불이생태공원은 반딧불이천문대, 반딧불이생태학교, 청소년수련원, 펜션 등을 운영한다.

반딧불이천문대(사진=영양군청)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내에 자리해 여름철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낮에는 보조관측실의 태양망원경을 이용해 흑점과 홍염을 관측하고, 밤에는 행성과 성운, 성단, 은하, 달을 관측한다. 전문 해설사가 밤하늘의 별에 얼마나 많은 특징이 있는지, 별자리가 계절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게 변신하는지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별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딧불이천문대에 들어서면 플라네타리움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별자리 영상을 본다. 편안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자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관측실의 406.4mm 반사굴절망원경 외에도 보조관측실에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이 마련돼 날씨가 좋으면 달과 은하, 행성, 성운, 성단까지 밤하늘의 궁금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여행메모

△여행팁= 경북 영양군과 울진군은 국내 오지투어 전문여행사인 승우여행사와 함께 ‘한여름의 시원한 영양/울진 1박 2일 여행’을 내놨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숲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십이령길)을 여행하는 코스다. 봉성 숯불돼지구이와 닭백숙을 포함해 2일 4식을 제공하며, 수비면 별빛캠핑장 인근 펜션에서 숙박한다. 7월과 8월 두 달간 첫째주와 셋째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출발한다.

생태공원 주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만날 수 있다.(사진=영양군청)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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