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솔향' 가득 품은 '돼지숯불구이'

강경록 2021. 6.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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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읍내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길.

봉성돼지숯불단지에서 피워내는 돼지숯불구이 향이다.

봉성돼지숯불구이의 역사는 바로 이 봉성장에서 시작한다.

봉성장터를 드나드는 각지의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나 술안주로 내던 것이 돼지숯불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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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의 봉성면에 자리한 '희망정숯불구이'
경북 영양 희망정숯불갈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봉화 읍내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길. 이 길에 자리한 봉성면을 지날 즈음 발걸음이 멈춰 선다. 굴뚝 곳곳에서 마치 봉화대의 연기처럼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군침이 절로 드는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찔러와서다. 봉성돼지숯불단지에서 피워내는 돼지숯불구이 향이다.

이 마을의 역사는 제법 깊다. 고려 현종 때에 봉성현으로 불릴 정도였다. 큰 고장에는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장터가 있게 마련. 봉성에도 고려 현종 때부터 들어선 유서 깊은 봉성장이 있다. 이 봉성장은 특히 우시장이 컸다. 봉성돼지숯불구이의 역사는 바로 이 봉성장에서 시작한다. 봉성장터를 드나드는 각지의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나 술안주로 내던 것이 돼지숯불구이였다. 지금도 봉성에는 돼지숯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

‘희망정숯불구이’가 그 중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희망정숯불구이에 들어서자 주방 한쪽에서는 돼지구이를 한창 구워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참나무 숯과 소나무 숯을 5대5 비율로 쓰고 있다. 참나무 숯은 화력이 세지만, 연기가 많이 난다. 소나무 숯은 화력이 약하지만, 연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두 숯을 적절하게 조합하면 돼지구이가 타지 않을 뿐더러 소나무 향이 적당히 배 특별한 향과 맛을 낸다.

경북 영양 희망정숯불갈비의 양념갈비

고기를 얹은 석쇠가 숯불 위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난장이 펼쳐진다.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숯불이 일렁이면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명이 나고 허기진 배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돼지고기는 잡내가 덜한 암퇘지를 주로 쓴다. 두툼하게 썬 고기를 석쇠 위에 얹고 소금을 뿌린 뒤 뒤집기를 반복하며 구워낸다. 고기가 타지 않도록 굽는 게 중요하다. 눈으로 봐서는 대충 뒤집는 것 같지만, 적당히 구워내는 비법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희망정숯불갈비는 참숯과 소나무숯을 5대5로 섞어 돼지갈비를 굽는다.
고기가 알맞게 익으면 이곳만의 독특한 비법이 들어간다. 바로 솔잎이다. 솔잎 향이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맛을 담백하게 한다. 솔잎에서 나오는 테프멘 성분이 고기에 스며들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고기 위에 솔잎을 얹은 뒤 또 한 번 구워내면 접시에 솔잎을 깔고 고기를 얹은 뒤 바로 상으로 내간다. 주방에서 바로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숯불에서 바로 구운 것처럼 맛도 좋고, 냄새가 배지 않는 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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