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기생충'의 뿌리를 찾아서

김진철 2021. 6. 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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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에 세계인이 열광하고 방탄소년단(BTS)이 지구를 뒤흔들고 있다.

라디오방송과 대중소설도 등장하면서 소비문화가 성장해 가지만 일제의 통제·감시·검열은 싹을 짓밟았고 대중가요와 영화에는 친일의 상처가 새겨졌다.

영화 시장이 성장하고 문화콘텐츠로서의 대중소설과 라디오 방송극이 큰 인기를 얻고 대중오락 잡지가 등장하지만 냉전적 반공주의는 대중문화 성장의 걸림돌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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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가 '한류' 이름 얻기까지 성장과정
일제·전쟁·독재에 맞서 이룬 세계화·디지털혁명

한국 대중문화사
김창남 지음/한울엠플러스·4만9000원

영화 <기생충>에 세계인이 열광하고 방탄소년단(BTS)이 지구를 뒤흔들고 있다. 이른바 ‘케이’(K) 대중문화의 전성기다. 자랑이 넘치고 자부심이 드높다. 온갖 ‘자화자찬’에 ‘국뽕’이 뒤섞인 분석이 쏟아지고 장밋빛 전망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은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언제 어디엔가 심겨진 씨앗이 싹을 틔우고 커다란 나무로 자라났다. 좋은 햇빛과 적정한 양분, 습도와 물이 나무를 키워냈지만, 때때로 찾아온 비바람과 가뭄을 이겨낸, 간난신고의 시절이 없었더라면 아름드리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사>는 이 씨앗이 어떻게 나무로 성장해왔는지를 잘 정리해 보여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개화기에 신문물이 도입되며 한반도에 근대적 대중이 태동한다. 전차와 기차는 가장 충격적인 근대의 문물이었으며 이에 힘입어 신문 보급이 원활해지고 출판과 독서가 확산하며 근대적 문화 공간과 사적 쾌락의 주체인 대중이 꿈틀거리게 된다.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의 뿌리를 파헤치다 만나게 되는 씨앗은 신문이며 싹을 띄운 양분은 기차였던 셈이다.

빅히트뮤직 제공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영화가 등장하고 대중가요 시대가 열린다. 거리에서 보던 활동사진이 극장 영화로 변화하고 무성영화는 발성영화로 발전해간다. 일본 창가가 유입되며 음반 산업이 형성되는데, 트로트와 신민요, 재즈송 등이 어우러진 대중가요가 울려퍼지게 된다. 라디오방송과 대중소설도 등장하면서 소비문화가 성장해 가지만 일제의 통제·감시·검열은 싹을 짓밟았고 대중가요와 영화에는 친일의 상처가 새겨졌다.

분단과 전쟁, 전후 혼란기에 이르러 해방의 감격과 전쟁의 허무, 미국화의 퇴폐가 어우러져 한국 대중문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이와 함께 산업화의 경향성으로 이어진다. 영화 시장이 성장하고 문화콘텐츠로서의 대중소설과 라디오 방송극이 큰 인기를 얻고 대중오락 잡지가 등장하지만 냉전적 반공주의는 대중문화 성장의 걸림돌로 작동한다.

1960년대에 들어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박정희 집권기는 대중문화의 폭발적 성장을 억누르는 통제와 억압의 시대였다.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맞이하지만 개발독재와 조국 근대화를 상찬하는 국책영화의 퇴행이 겹쳐졌으며 청년 문화가 등장하지만 대마초 파동과 금지곡 등을 통해 강제 퇴출된다. 텔레비전 보급으로 한국 영화는 몰락의 길을 걷고, 엄숙주의와 향락주의라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독재정권의 전략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신군부의 폭력적 통제와 과시적 이벤트는 노래운동과 영화운동 등 강력한 문화적 저항에 맞닥뜨린다. 1990년대가 신세대의 등장, 세계화, 대자본의 진입 등으로 구별지어진다면 2000년대 이후로 막강한 디지털 기술은 대중문화의 질적 변화를 추동한다.

<한국 대중문화사>는 대중문화를 통사적으로 접근한 흔치 않은 결과물이다. 영화, 대중음악 등을 개별로 살펴본 통사는 꽤 있는 반면, 하위 부문들을 엮어내어 산업과 시장, 제도와 정책, 이데올로기 지배와 저항, 기술과 매체 등 역사적 상황과 유기적으로 연결해낸 작업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은 오랜시간 대학에서 강의해온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지은 교과서이지만, 궁금한 대목을 시대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구성되어 사전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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