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의 연대와 협력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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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서른의 반격> 의 작가 손원평(사진)이 첫 소설집 <타인의 집> 을 펴냈다. 타인의> 서른의> 아몬드>
시세보다 싼 값에 넓고 쾌적한 방을 쓰게 된 데에 '나'는 대체로 만족한다.
또 다른 '새끼 세입자' 재화언니가 남자와 화장실을 함께 쓰는 일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나'의 방에 딸린 화장실을 유료로(!) 쓰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제 권리만큼 살고 싶"다며 거절하는 그에게서는 자본주의적 능력주의와 각자도생의 세계관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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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손원평 지음/창비·1만4000원
<아몬드> <서른의 반격>의 작가 손원평(사진)이 첫 소설집 <타인의 집>을 펴냈다.
표제작은 아파트 전세 세입자한테서 화장실 딸린 방 하나를 다시 세내어 살게 된 여성 청년 ‘나’의 이야기다. 시세보다 싼 값에 넓고 쾌적한 방을 쓰게 된 데에 ‘나’는 대체로 만족한다. 그 방에 먼저 살았던 이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어차피 우린 남의 무덤 위를 밟고 서 있는 것뿐”이라며 개의치 않으려 한다. 또 다른 ‘새끼 세입자’ 재화언니가 남자와 화장실을 함께 쓰는 일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나’의 방에 딸린 화장실을 유료로(!) 쓰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제 권리만큼 살고 싶”다며 거절하는 그에게서는 자본주의적 능력주의와 각자도생의 세계관이 엿보인다.
셰어하우스 또는 공동체 생활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연대와 협력을 이들에게서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어쩔 수 없는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 발생한다. 보일러 수리 요청을 받은 집 주인이 그 김에 집을 방문하겠노라고 하자 ‘새끼 세입’의 흔적을 지우고자 이들이 함께 벌이는 소동은 웃기면서도 슬프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나는 사슬처럼 엮인 타인들 간의 관계를 생각했다”는 결말부의 문장에서 을들의 단결과 협동 가능성을 볼 수 있을까. 그 역시 매우 흐릿하고 불분명할 뿐이다.
“나는 상자 속에 산다. 꽉 닫힌 상자 안은 안전하다. 나는 그 안에 머물면서 세상을 지켜보고 관찰한다. 응시하고 싶은 것을 응시하다가 불편해지면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상자 속의 남자’의 도입부는 ‘타인의 집’ 화자의 세계관과 통해 보인다. 택배 업무를 하는 이 남자가 이렇듯 고립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까닭이 없지 않다. 언덕에서 저절로 미끄러지는 트럭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해주고 자신은 12년째 병원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형의 존재가 그것. 형의 일에서 배운 교훈(?)에 따라 눈앞에서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도 방관하고 회피하기만 했던 그가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결론이다. 작가의 출세작인 <아몬드>에 이어지는 이 소설은 <아몬드>와 마찬가지로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다.
소설집에는 이밖에도 소설의 도용과 표절 문제 등을 다룬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미래의 노인 수용 시절을 배경으로 삼은 에스에프 ‘아리아드네 정원’ 등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담은 여덟 작품이 실렸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채널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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