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의 최전선에 서다

한겨레 2021. 6. 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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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야 없겠지만, 마치 짜고 쓴 것처럼 한결같았다.

학교에서 도서관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 열정과 사명감으로 전국학교도서관모임을 만들었고, 이제 세어보니 벌써 20년이 되었단다.

<학교도서관을 사랑한 사람들> 은 바로 그 세월을 버티며 학교현장에서 독서운동을 펼쳐온 교사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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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인문산책][책&생각] 이권우의 인문산책

학교도서관을 사랑한 사람들: 전국학교도서관모임 20년의 여정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지음/단비(2021)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마치 짜고 쓴 것처럼 한결같았다. 학교에서 도서관을 맡아달라고 했다. 있는지야 알았지만, 관심도 없었고 이용해본 적도 없어 당황했다. 그래도 맡은 일이니, 해보려고 도서관에 가보았다. 현관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가놓았다. 열어보았더니 더 황당한 풍경이 펼쳐진다. 먼지만 켜켜이 쌓인 책, 어지러이 널려 있는 의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 세로쓰기로 된 책부터 버리고,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어렵게 비치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움받아 겨우 개관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광주든, 제주든 정말 예외 없었다.

먼저 길을 연 교사가 있었다. 백화현, 이성희, 류주형, 이덕주. 먼저 입시위주 교육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아이가 학교 교육을 제대로 쫓아오지 못하는 현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버리고 삶의 지혜를 일러주는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해결될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내고, 함께 읽고, 즐거운 문화프로그램을 열었다. 아이들이 변화했다. 비로소 희망이 보였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었단다. 먼저 안 사람이 막 시작한 사람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다보면 분명히 지칠 텐데, 그때 쓰러지지 않도록 이끌어주려고. 다음 세대의 교사도 함께해 이 일이 중도에 사그라지지 않게 하려고. 지금은 교과담당이 맡지만, 언젠가는 사서교사가 중심이 되어 일을 펼치게 하려고. 그 열정과 사명감으로 전국학교도서관모임을 만들었고, 이제 세어보니 벌써 20년이 되었단다. <학교도서관을 사랑한 사람들>은 바로 그 세월을 버티며 학교현장에서 독서운동을 펼쳐온 교사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책이다.

책을 쓰고 펴내기만 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다음 세대가 책을 읽고 더 높고 넓어지고 마침내 스스로 글 쓰는 사람이 되어야 책의 사회적 의미가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다. 이 모임의 선생님들은 학교 현장의 최전선에서 이 일을 해냈다. 더 잘하려고 교사독서모임을 만들었고, 건강한 교육관을 공유하려고 학부모 모임도 만들었다. 외국 사례를 알아보려고 쌈짓돈을 모아 유럽으로, 미주로 돌아다녔다. 교사의 성장은 아이들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 모임의 1세대가 벌써 학교 현장에서 은퇴했고, 일부 교사는 교장이 되었다는 글을 읽으며 20년 세월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한 조직이 20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성장통이 있었겠는가. 축하하고 격려하는 글 모음이라 그 생채기를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행간에서 자주 읽힌다. 그럼에도 깨지지 않고, 흩어지지 않으면서 경쟁교육, 입시교육, 특권교육에 맞서 평등교육, 전인교육, 대안교육을 펼친 공은 높이 상찬받아 마땅하다.

춘천여고에 가면 ‘꿈너머꿈 학교도서관’이 있다. 누구나 꿈꾸어 보았음 직한 학교도서관을 구현해놓은 곳이다. 이 도서관을 세우며 헌신적으로 독서운동을 펼친 임다희 선생님이 작년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이야기를 한명숙 선생님이 기록으로 남겨놓았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분이 얼마나 많던가. 감사한 마음이 흐르는 물이라면, 막아서, 큰 저수지로 보여드리고 싶을 뿐이다.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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