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발견 40년 '죽음의 병'에서 만성질환으로 [Weekend 헬스]

홍석근 2021. 6. 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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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은 에이즈가 세계 최초로 보고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에이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폐질환을 진단받고 사망한 사례가 처음 보고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1981년 남성 5명이 '폐포자충폐렴'이라는 폐 질환을 진단받았고 이 중 2명이 이미 사망했다. 그 후 이 병의 이름은 에이즈로 명명됐다.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달라

에이즈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인체로 들어와 면역체계를 파괴시키는데 특히 면역계에 필수적인 세포를 공격해 여러 질병에 쉽게 노출되도록 한다. 그러나 HIV에 감염됐다고 모두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HIV 감염인은 체내에 HIV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다. 에이즈는 HIV 감염 후 면역체계 손상이 심해지면서 일정한 면역수치 이하이거나 AIDS 정의 질환에 속하는 각종 기회감염과 2차적인 암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40년 전 에이즈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별 다른 치료 법이 없어 걸리면 죽었다. '죽음의 병'이라는 무서운 별명까지 붙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HIV는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뤄냈다. 이제는 매일 치료제만 복용하면 비감염인과 다를 바 없는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HIV/AIDS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U=U(미검출=전파불)이다. 이 개념은 약을 꾸준히 먹으면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검출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HIV 관리의 핵심은 조기 진단을 통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HIV 감염인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자신의 건강 증진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신규 감염, OECD 중 한국·칠레만 증가

HIV 치료제의 발전에 힘입어 전 세계 HIV·AIDS 신규 감염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제연합(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HIV/AIDS 신규 감염인은 2010년 이후 약 23% 감소했다.

문제는 국내 환자다. 글로벌 추세와 달리 국내 신규 HIV 감염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837명에서 2019년 1222명으로 지난 10년간 46%나 증가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칠레만 유일하게 HIV 신규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작년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사태에 보건소 업무가 마비되면서 전국 보건소에서 가능했던 무료·익명 HIV/AIDS 검사가 잠정 중단됐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감염병 발생 정보에 따르면, 2020년 HIV 신규 감염자 보고 건수는 2019년 대비 약 22% 감소했다.

에이즈 종식을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5년 10월 UNAIDS는 에이즈 종식을 위해 새로운 패스트트랙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20년까지 HIV/AIDS 검진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 보장강화를 위한 목표인 90-90-90 캠페인(90% 이상 진단, 90% 이상 치료, 90% 이상 억제)이 포함됐다.

지난 3월에는 모든 국가와 지역사회가 2030년까지의 에이즈 종식을 위한 캠페인이 발표됐다. 해당 전략 안에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95-95-95 캠페인(95% 이상 진단, 95% 이상 치료, 95% 이상 억제)이 목표다. 국내의 경우,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방지환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국내 진단율이 65%였으며 UNAIDS 목표 도달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 치료와 바이러스 억제는 각각 87.5%, 90.1%로 UNAIDS 목표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HIV치료제 한 알로 비감염인처럼

지난 40년간 HIV 치료제도 큰 발전을 이뤘다. 이전까지는 매일 여러 성분의 알약을 한 움큼씩 먹어야 했다면, 이제는 하루 한 알이면 바이러스 감염 관리가 가능하다. 또 식사 중에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삶의 질까지 고려한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HIV 치료제 중 가장 최근 출시된 약제로는 길리어드의 '빅타비', GSK의 '도바토' 등이 있다.

최근 HIV 치료의 글로벌 트랜드는 신속치료다. HIV 진단받은 환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치료에 돌입 하라는 내용이다. WHO는 HIV 진단 후 7일 이내에 치료를 개시하는 신속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빅타비는 치료 개시를 위한 별도의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지 않고, 바이러스 수치 또는 CD4 수치에도 제한이 따르지 않아 당일 처방이 가능하다. 도바토는 진단 후 14일 이내 HBV 동반 감염 여부, 신기능 및 내성 검사 결과가 확인되기전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STAT 임상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HIV 치료제의 항 바이러스 효과가 향상되면서 환자의 복약 순응도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HIV 치료제는 알약 여러 알을 한 번에 복용해야 했다면 최신 약물들은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하루 한 알이면 치료가 가능하다. 알약의 크기 또한 환자 편의성을 위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 HIV 치료제 중 빅타비는 '타이레놀' 보다도 작아 복용이 편리하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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