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차 추경 절반도 못 쓰고 또 추경, 정권 '정치 실탄' 된 추경

조선일보 2021. 6. 2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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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정 확대 기조 유지 방침을 밝히고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연합뉴스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 사기 진작 명목의 위로금을 포함한 30여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다음 달 중에 국회 처리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석 달 전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예산도 대부분 사업의 집행률이 50%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추경을 절반도 못 썼는데 또 2차 추경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여당은 4·7 재·보궐 선거 직전 나랏빚 10조원까지 내가며 총 15조원 규모의 1차 추경을 강행 처리했다. “선거용 매표(買票) 행위”라는 야당 반대에도 “민생을 위해 신속 처리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그런데 1차 추경의 89개 사업 중 80%가 넘는 74개 사업은 지금껏 책정 예산의 절반도 지출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소상공인 특별경영 안정자금, 취약계층 돌봄 인력 마스크 지원, 소득안정 지원자금 등 34개 사업은 착수조차 못하거나 지지부진해 예산 집행률이 0%대다.

지난해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적자 국채로 조달한 35조원 수퍼 추경이 국회 통과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사업이 수두룩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세금 퍼붓는 식으로 무리한 계획을 급조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으로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히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2차 추경을 들고 나왔다. 국가재정법은 추가 세수가 생기면 국가 부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무시한다. 민주당은 위로금 명목의 전 국민 여름 휴가비 10여조원을 늦어도 추석 전에는 뿌리겠다고 한다.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돈 뿌릴 궁리만 한다.

추경은 본예산 편성 후 예상치 못한 수요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편성하는 긴급 예산이다. 그런데 예외적이어야 할 추경 편성을 문 정부는 임기 내내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이번 2차 추경까지 하면 지난 4년여간 편성된 추경 예산은 9차례로, 금액은 130조원에 달하게 된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14년간 추경을 합친 것 90조원을 훨씬 웃돈다. 국가부채는 5년간 400조원 이상 불어나 내년엔 1100조원에 육박한다. 추경이 정권의 정치 선심용 실탄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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