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이 송진 발랐지?" 마운드 들이닥치는 MLB 심판들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요즘 ‘끈끈이 도둑’을 잡으려고 수시로 마운드에 들이닥친다. 투수는 화를 내고 경기는 늘어지는데, 아직 검거 실적은 없다.
지난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 내셔널스 선발 맥스 셔저(37)는 1회말과 3회말이 끝났을 때 몸수색을 당했다. 4회말, 필리스의 조 지라디 감독 요청으로 심판진은 셔저에게 세 번째로 다가갔다. 화가 폭발한 셔저는 모자와 벨트를 풀어 던졌는데, 지라디 감독은 셔저의 모발까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셔저는 휑한 머리숱까지 심판진에게 보여줬고, 끝내 그의 몸에선 아무것도 안 나왔다. 셔저는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둘은 언쟁을 계속하다 지라디 감독이 퇴장 조치를 받았다.
3차례 사이영상 수상자인 셔저가 이날 집요하게 몸수색을 당한 것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최근 들어 이물질 검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심판이 경기당 8~10회씩이나 예고 없이 검사할 수 있도록 규정이 세졌다. 첫 불시 검문은 지난 22일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이 받았다. 사이영상 2회 수상자인 디그롬은 미소로 수색에 응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24일 선발 등판 때 두 차례 검사를 받았는데 심판이 다가오면 모자와 글러브를 척척 건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벨트를 풀었다. 하지만 세르조 로모(오클랜드 애슬레틱스)처럼 심판진 앞에서 바지까지 벗어 보이는 등 격렬히 항의하는 투수가 대부분이다.
투수들이 끈적한 이물질을 모자나 벨트 등에 몰래 발라뒀다가 투구할 때 묻혀 던져 공 회전 수를 늘린다는 것은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무국이 올 시즌 도중 이물질 단속을 강화한 것은 사상 최악의 ‘투고타저’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타율은 0.238로 1969년 마운드의 높이가 10인치(25.4cm)로 낮아진 후 최저 수치다. 노히트노런 경기는 5월까지 6번이나 나왔다.
과거엔 투수들이 선크림이나 파인타르(송진)를 섞어 쓰는 정도였지만, 최근 유행하는 스파이더 택(스트롱맨 대회에서 쓰는 끈끈이)은 손바닥에 벽돌도 들러붙게 할 만큼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해 분당 회전 수(rpm)를 약 500회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LB 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패스트볼이 2000rpm 미만이면 피안타율이 0.309(헛스윙률 13.1%)이지만, 2600rpm 이상이면 피안타율이 0.213(헛스윙률 27.5%)까지 떨어진다. 스파이더 택을 썼던 것으로 지목받은 게릿 콜(뉴욕 양키스)은 평균 2500rpm 넘기던 패스트볼이 불시 검문 시작 후 2200rpm대로 떨어졌다.
현장에선 검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레이튼 커쇼 (LA 다저스)는 “잘 던지는 상대 투수를 흔들려고 감독이 몸수색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물질이 안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벌써 공 회전 수가 뚜렷이 감소하는 등 실시 효과가 좋아서 검사 규칙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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