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韓·日에 바다 막히고 인터넷 검열하는 中… 美 추월은 어렵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2021. 6. 2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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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셜은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두 개의 바다를 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달리 영토의 한쪽 면만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어서 향후 제국으로 발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나마도 대만과 한반도에 의해서 막혀 있고, 한반도를 넘어서는 일본 열도가 막고 있는 2중 차폐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 확보가 필수다. 공간은 자산이다. 그 자산을 이용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고 부가 축적되어야 제국이 형성된다. 그런 이유에서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왕은 ‘왕의 길’이라는 도로를 뚫고 파발마를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로마제국도 도로망 건설에 공을 들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먼 지역의 세금이 로마로 이송되고 로마제국 군대가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야 제국이 통치된다. 로마를 따라서 미국은 고속도로망을 구축했다. 현대에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그 역할을 한다. 더 빠른 인터넷망은 더 큰 인터넷 가상공간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지만 초고속 인터넷망 덕분에 더 많은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G12’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공간 관점에서 美·中 대결 보면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공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은 앞으로도 한동안 미국을 추월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다로의 진출도 어렵지만 인터넷 공간으로의 진출과 확장에 한계가 많다. 우선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실행하는 인터넷 검열은 인터넷 공간의 무한 확장성을 제약한다. 둘째 문제는 언어다. 현재 인터넷 정보의 상당 부분은 영어로 되어있다. 인터넷 조사 기관 ‘W3Techs’에 의하면 전 세계 인터넷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59.9%에 달한다. 러시아어가 8.7%, 스페인어 4.0%, 터키 3.2%, 페르시아어 2.8%, 프랑스어 2.6%, 독일어 2.6%, 일본어 2.2%, 포르투갈어 2.0%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0.6%다. 중국어는 인구는 많지만 중국어로 된 인터넷 자료는 부족하다. 그만큼 중국의 정보 영토는 좁다.

중국어의 문자 체계도 불리하다. 문자는 크게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로 나누어진다.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은 발음을 기록하는 표음문자이고 중국의 한자는 표의문자다. 표의문자는 타이핑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리에 의거해 타이핑을 하고 제시되는 여러 글자 중에서 골라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도 자신의 문자를 표음화하려 시도 중이나 쉽지 않다. 1930년대에 중국의 대표 지성인인 ‘루쉰’은 “한자가 사라지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망한다”라는 심한 말을 할 정도로 표의문자의 한계를 인지하고 표음문자의 도입을 주장했다. 표의문자 체계는 정보 소통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나 카톡을 보내기 쉬운 이유도 세종대왕이 만드신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표음문자 한글 덕분이다.

중국은 바다로 진출도 쉽지 않고 인터넷 공간으로의 확장도 쉽지 않자 우주로 향했다. 중국은 ‘하늘 궁전’이라는 뜻의 ‘톈궁’ 우주정거장을 가지고 있다. 2019년에는 무인 탐사선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2025년까지 인류 최초로 달기지를 건립하고 유인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 매년 4월 24일을 ‘우주의 날’로 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 공간을 이용하면 중국은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바퀴·말, 삼각돛, 그리고 인터넷

‘공간의 세계사’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나는 세계사를 양분할 때 기준점을 지도를 펼쳤을 때 지도 가운데에 육지가 그려져 있느냐, 바다가 그려져 있느냐로 나눈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는 바다를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바다라는 공간은 인류 발전과 진화에 큰 역할을 하였다. 바다에 나가면 ‘바람’이라는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서 넓은 공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류 공간 혁명은 바퀴와 말이 만들었다. 바퀴와 말 덕분에 육지 공간을 확장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공간 혁명은 삼각 돛이 만들었다. 삼각 돛이 있는 범선 덕분에 바다의 바람을 이용해 지구의 곳곳을 누빌 수 있게 되었다. 바다는 육지보다 이동할 때 마찰이 적어서 육지보다 더 높은 에너지 효율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이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된 것도 적은 에너지로 넓은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는 다르다. 우주 공간을 이용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주 이용엔 엄청난 에너지 소모돼

우주에 나가려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고 내려와야 된다. 이때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다에서는 배를 물 위에 띄우기만 하면 공짜 바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우주 공간을 이용할 때는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한의 공간이 있더라도 사용하기 어렵다. 현재 우주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인공위성 정도다. 한 번 궤도에 띄우고 계속 돌게 하면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가 없기 때문이다. 높은 에너지 소비성 때문에 우주 공간은 중국의 공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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