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미 세계 4위.. 50배 증설 말이 되나"

선정민 기자 2021. 6.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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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 30년 전쟁] [4] 태양광·풍력 속도전
대한민국 2050년까지 '탄소 제로' 달성하려면… 축구장 192개 크기 '솔라시도' 5000개 더 만들어야 - 2021년 6월 9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상리 국내 최대 발전단지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중앙에 '태양의 정원' 조성되어 있다./김영근 기자

문재인 정부의 2017~2020년 4년간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는 총 10.1GW(기가와트) 늘었다. 2016년까지 총 누적 설비보다 세 배가량 늘면서 서울의 약 22%에 해당하는 국토가 태양광으로 덮였다. 24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작년 기준 14.6GW 태양광이 들어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여덟째로 태양광이 많이 깔린 나라로 꼽혔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10만㎢)으로 계산한 ‘태양광 밀도’로 보면 네덜란드(24.4GW), 일본(17.7GW), 독일(15.1GW)에 이어 세계 4위다. 국토 용량에 비해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태양광이 많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2050년까지 태양광 설비를 2018년 대비 53배나 늘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그렇게 될 경우 서울 면적의 10배, 전 국토의 6%가량이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숲을 베어내고 산을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환경·생태계 훼손 논란을 불렀다. 그런데 앞으로 이보다 훨씬 급격한 ‘태양광 속도전'을 예고한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이미 전국 산지와 농촌 곳곳에 태양광이 들어섰는데 또 50~60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탄소 중립은 필요하지만 에너지 편중은 전력 안정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토 면적당 태양광 설비용량

16일 오후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인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태양광 단지. 여의도 면적(2.9㎢) 절반을 웃도는 1.58㎢(약 48만평) 크기의 단지 한가운데에 동산 형태로 조성한 원형 숲이 들어서 있었다. 이 정원 가장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동서 1㎞, 남북 1.2㎞로 쭉 뻗은 십자대로 양옆에 청남색 태양광 모듈 25만2000여 장이 빼곡히 들어찼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정부는 탄소 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태양광 설비 용량을 500GW 안팎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솔라시도 태양광 단지 같은 발전소(98.4㎿)를 앞으로 5000개 넘게 더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전국에 건설된 40㎿ 이상의 태양광 단지는 솔라시도를 포함해 전남 4곳, 충남 1곳 등 총 5곳뿐이다. 앞으로 30년간 서울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국토가 빠른 속도로 태양광 패널로 덮이는 것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세계에서 태양광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태양광 발전량을 총 623.5테라와트시(TWh)로 잡고 있다. 설비 용량으로는 464GW가 필요하다. 통상 태양광 1GW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면적은 13.2㎢, 이를 정부 목표량으로 계산하면 6124㎢다. 국내 전체 농지(1만5650㎢)의 39% 규모, 국토 면적(10만413㎢)의 6.1%를 태양광으로 온통 뒤덮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발상이 나오게 된 것은 정부의 ‘원전 없는 탄소 중립’ 기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은 산과 숲을 파괴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0년 태양광 발전시설 목적의 산지 전용으로 인해 훼손된 산림 면적은 총 5131헥타르(㏊), 벌채된 입목은 총 259만8000여 그루다. 태양광발전 시설로 대체된 산림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17.6배 수준이다.

산림 훼손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농지로 눈을 돌렸다. 농지 용도로 만들어진 간척지에 태양광을 만들거나,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함께 한다는 취지로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논밭 위나 버섯 재배사 건물 위에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 새 우량 간척지에 대한 태양광 설치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소작농들이 태양광에 의해 쫓겨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확보할 수 있는 발전량이 많지 않은 데다, 정부 보조금을 노린 불법이 성행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은 “지난 5월 지역 내 버섯 재배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태양광 발전을 동반한 ‘버섯 재배사 허가’를 받은 43곳 중 28곳이 가짜였다”고 했다.

정부는 앞으로 전국의 저수지·댐 등 수상 태양광도 대폭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2050년까지 전국의 저수지 10%, 새만금 같은 담수호의 20%까지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라며 “산과 호수, 댐 등 국토 곳곳에 태양광을 최대한 깔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한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 중립 계획을 짜더라도, 국토 규모 등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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