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존재하는 이유? 아삭 달콤 초당 옥수수!
“여린 채소처럼 보드라우면서 알알이 톡톡 터지는 아삭한 식감과 달콤함을 가졌다는 초당 옥수수의 매력에 대해서는 진작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옥수수니까 당연히 맛있겠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 마트에서 호기심으로 주문한 두 개에 4800원짜리를 맛본 이후로 세계가 뒤집혔다. 옥수수와 초당 옥수수는 아예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에 여름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당 옥수수 때문이다.”
김신회 작가는 에세이 ‘아무튼 여름’에서 초당 옥수수에 대해 이렇게 찬양한다. 김 작가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초당 옥수수의 맛에 눈을 떴다는 글이 넘쳐난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0만건, 틱톡 게시물 조회수는 88만회다. 이마트는 지난달 14일부터 초당 옥수수 판매를 시작한지 한달 만에 약 60만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매출이 10억원이 넘었다. 작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것이다.
초당(超糖) 옥수수는 당도가 강한 옥수수의 통칭이다. 대표적인 미라이(未來) 품종은 미국에서 개발돼 1990년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갔다. 4~5년 전 국내에 들어와 지금은 제주도 등에서 생산한다. 아삭한 단맛과 별도 조리 없이 그냥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초여름 제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후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유학한 오재승 오븟(서울 강남구 신사동) 셰프는 어느 해 여름 삿포로 중심가에 있는 오도리 공원을 걷다가 초당 옥수수를 만났다.
“진한 옥수수향에 고개를 돌려보니 초당 옥수수를 팔고 있었어요. 일반맛과 간장맛 중 일반맛을 먹었는데 한 개에 500엔(약 5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이 잊힐 정도로 너무 맛있었어요. 이걸로는 ‘모든 요리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평소 옥수수를 좋아해 국내산 찰옥수수로 많은 요리를 시도해봤는데, 떡 같은 질감과 식으면 딱딱하게 굳어지는 성질 때문에 요리 재료로는 어려웠거든요.”
그때부터 초당 옥수수 요리를 연구했다. 냉수프를 만들고, 성게알을 넣어 보기도 했다.
“초당 옥수수의 단맛은 옥수숫대에 제일 많아요. 다시마 육수 대신 옥수숫대로 육수를 내는 게 수프의 포인트예요. 국내산 초당 옥수수는 제주도가 주요 산지다 보니, 같은 제주산인 옥돔과 함께 요리해도 궁합이 좋지요.”
잘 익은 초당 옥수수는 물 오른 과일 같다. 옥수수 밭에서 바로 따 생으로 먹으면 옥수수 즙이 주르륵 흐르면서 단호박 맛과 멜론 향이 난다. 디저트로 만들기에 제격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빙수집 ‘부빙’은 6월이면 ‘초당 옥수수 빙수’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선다. 자매인 김소연, 김아연 부빙 대표는 곱게 간 얼음에 연유를 뿌리고, 옥수수 알갱이와 옥수수 소스를 올린다.
“일본, 미국, 동남아 등을 여행하다 초당 옥수수를 맛보고 반해 2016년부터 만들었어요. 초당 옥수수는 즙이 많고 달콤해 생으로 먹어도 맛있어요. 따뜻하게 먹고 싶다면 물에 삶거나 찌기보다는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익혀 드시는 걸 추천해요.”
옥수수 단맛이 강하다 보니 우유 얼음보다는 물 얼음이 좋다. 집 믹서 성능이 좋다면 믹서로 얼음을 갈고, 아니면 편의점에서 파는 팥빙수에 팥만 걷어내고 얼음 위에 연유, 옥수수 소스를 뿌려 먹는다. 이때 팁은 후추!
빙수 위에 후추를 뿌려주면 느끼한 단맛은 잡아주고, 옥수수 풍미는 올려준다.
여기서 셰프들이 알려주는 초당 옥수수 보관 방법. 먼저 옥수수 수염은 떼어내고, 껍질은 랩과 함께 싼다. 옥수숫대 자른 부분이 밑으로 오도록 세워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한 번 찐 후 냉동 보관하는 방법도 있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열을 가하는 순간 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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