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학기업 15년내 4곳만 살아남는다?

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2021. 6.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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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인사이트]

기업 활동 모든 과정 디지털화
제품 속성에 따라 사업부 분리
M&A로 공급망 통합도 고려를
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은 한국 화학 산업의 전성기였다. 견고한 동아시아 지역 내 수요와 탄탄한 운영 역량, 한국 특유의 재벌 구조가 뒷받침하면서 연평균 총주주수익률(TRS)이 29.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중국과 동남아에서 신규 기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자국 내 생산이 늘어나자 한국산 화학 제품 수입은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한국 화학의 호황기도 서서히 막을 내렸다.

안타깝게도 화학 산업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맥킨지가 지난 5년간 글로벌 화학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해보니, 향후 10~15년 내에 이 중 상위 20%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 한국 화학 기업 30여개 중 이 상위 20%에 포함된 곳은 단 4곳뿐이다.

한국의 화학 기업이 생존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첫째, 기업 활동의 모든 과정(end-to-end)과 조직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터키 석유화학 업체 페트킴(Petkim)은 2018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팀’과 ‘디지털 교육원’을 설립, 업무 전반을 강도 높게 디지털화했다. 직원들이 생산 계획 수립에 반도체 기업에서 쓰던 고급 분석(Advanced Analytics) 알고리즘을 도입할 정도였다. 이를 통해 공정 수율과 출하량, 에너지 효율성 등이 모두 개선되며 이자·세금 전이익(EBIT)이 20% 향상됐다.

둘째, 제품의 속성에 따라 각각 다른 개발·판매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범용 화학 제품과 특수 화학 제품을 별도의 회사 또는 사업부(비즈니스유닛)로 분리해 담당토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수 화학 제품은 마진은 높지만 R&D(연구·개발) 및 영업 관련 비용이 많이 들고, 범용 화학 제품은 마진이 낮아 저원가∙고회전 사업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등 그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셋째, 해외 고객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 중국과 유럽, 미국 등 핵심 고객이 있는 시장에 비즈니스유닛 본부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벨기에 화학 업체 솔베이(Solvay)는 2011년 특수 화학 글로벌 비즈니스유닛 본부를 주요 고객이 있는 서울로 이전하고 한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넷째, 장기적이고 끈질긴 실행이 필요하다. 한국 화학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평균 재직 기간은 51개월로 일본 62개월, 미국 64개월, 독일 68개월보다 짧다. 단기적 접근법은 기업가 정신과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회사의 의사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M&A(인수·합병)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화학 업계 M&A 규모는 2010~2019년 사이 6000억달러에 달했지만, 한국의 비율은 3%에 불과했다. M&A를 통한 공장과 공급망의 통합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일본 화학 기업 DIC는 2019년 바스프(BASF)의 유기 안료 사업을 시작으로 3년여에 걸친 M&A를 통해 전 세계 유기 안료 시장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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