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초점렌즈의 오해와 진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백내장은 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일상생활을 하기 불편하면 수술을 통해 본인의 수정체를 적출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한다. 이때 인공수정체는 일반 단초점렌즈와 렌즈 표면에 굴절을 만들어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볼 수 있도록 한 다초점렌즈 두 가지가 있다.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20만 원 내외에 그친다. 하지만 다초점렌즈 수술을 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후배처럼 양쪽 수술에 800만 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한쪽에만 600만 원 넘게 받는 안과도 있다. 양쪽 모두 수술을 받을 때 1000만 원이 넘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안과 원장은 “강남의 한 안과는 새로운 다초점렌즈가 나올 때마다 한쪽 렌즈 가격을 무려 800만∼900만 원으로 올린다”며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들은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격에도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실손보험 할증으로 이어지고 다른 가입자까지 비싸고 불리한 조건에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렇다면 다초점렌즈가 단초점렌즈에 비해 항상 좋은 것일까. 수술 받기 전에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백내장 수술은 자신의 수정체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다. 사람의 수정체는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하면서 가까운 곳과 먼 곳을 골고루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초점렌즈는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그 대신 눈에 들어오는 빛을 분산시켜서 대략 반쯤은 멀리 보는 데 쓰고 나머지 반은 중간거리나 가까운 거리를 보는 데 쓴다. 사람의 수정체처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사람의 수정체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다초점렌즈가 나올 수는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다초점렌즈는 ‘전체적으로 적당히 보는’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대만큼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 점을 호소하거나 빛 번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
실제 4년 전 필자의 아내는 백내장 진단을 받은 뒤 다초점렌즈 대신 단초점렌즈 수술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아내에게 눈을 많이 쓰는 직업은 다초점렌즈를 사용할 경우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추천하지 않았다. 단초점렌즈는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선택하는 렌즈일 뿐 아니라, 최근엔 중간 거리까지 보는 데 지장이 없는 프리미엄 단초점렌즈도 나오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40, 50대 백내장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0대 백내장 수술 건수는 2015년 6만4696건에서 2019년 12만2388건으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40대 수술 건수 역시 2015년 1만8238건에서 2019년 2만7430건으로 50%가량 늘었다.
그 이유로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눈의 혹사 등 환경적인 요인이 꼽힌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도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다초점렌즈 수술을 받기 위해, 백내장이 ‘약하게’ 왔어도 관련 수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참에 다초점렌즈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걸 검토해야 한다. 환자 부담뿐 아니라 일부의 무리한 수술 실시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文에 어떤 질문하고 싶나” 질문에…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현장
- 尹, ‘6·29 출사표’ 통해 ‘X파일’ 악재 정면돌파 시험대 올라
- 윤석열, 출마 선언 장소로 ‘윤봉길 기념관’ 택한 이유는
- “‘1급’ 박성민 발탁 공정하냐”는 물음에 노동장관 답변은
- 주한 美대사관, 광화문 시대 마감…용산으로 이전
- “박지원 국정원장 파면해야”…국정원 전직 직원들 시위, 왜?
- ‘청년 농부’가 늘어난다…20·30대 귀농가구 역대 최대 증가
- 119㎞ 달려 출근한다던 교사…‘위장전입 청약’ 딱 걸렸다
- 與 “국민의힘 부동산조사 시간끌기 진수” 연일 파상공세
- 이주열 “금리 1,2번 올려도 긴축이라 볼수없어”…엇박자 논란 일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