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도 이방인인 나.. 한국서 연극 올리다니 꿈만 같아요"
“하루 15시간씩 연습하는 한국 아이돌들, 사적인 삶까지 희생하는 그 완벽주의를 향한 열망이 흥미로웠다. 그것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았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극작가 겸 연출가 박본(34)은 2017년 베를린연극제 희곡상을 받을 만큼 유럽에서 주목받는 연극인이다. 한국 국립극단 초청으로 연극 ‘사랑Ⅱ(LIEBEⅡ)’를 올린 그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랑의 이상적인 버전을 찾다가 무결점과 완벽을 추구하는 한국 연예 산업을 발견했다”며 “K팝, K드라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자살한 3명의 인물로부터 시작한다. 죽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 갇힌 이들은 그곳에서도 완벽한 그룹을 만들고 싶어 멤버 한 명을 직접 길러내기로 한다. “한국 아이돌 문화는 독창성보다는 완벽주의가 핵심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훈련해도 시장에서 부정당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같다. 이번 연극에서는 내가 잘 몰랐던 한(恨)이라는 감정도 다룰 수 있었다.”
박본은 베를린 민중극장에서 청소년 연극을 하면서 성장했다. 베를린예술대 극작과를 졸업했고 하이델베르크연극제 희곡상, 베를린연극제 희곡상 등을 받았다. 그는 “나는 독일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데 한국도 내겐 말이 통하지 않는 부모님의 나라일 뿐이었다”며 “서울에서 이렇게 연극을 올리다니 꿈만 같다”고 했다. “내 안에 한국의 피가 흐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슬리퍼를 신으면 한국 사람처럼 걷고,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독일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가장 서두르는 사람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내가 제일 느리다(웃음).”
연극 제목은 사랑의 후속편이라는 의미로 ‘사랑Ⅱ(LIEBEⅡ)’라 붙였다. 박본은 “연습을 진행하고 한국 배우들을 알아가면서 대본을 완성했다”며 “관객에게는 이방인과 내부인, 그 중간 어디쯤에 걸친 한국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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