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골든타임

김지연 사진가 2021. 6.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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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복숭아. 2021. 김지연

며칠 몸살을 앓다가 모처럼 새벽 산책길에 나섰다. 세월이란 것이 참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아카시아꽃이 한창이던 것이 이제는 밤꽃이 하얀 무리를 이루고 피어 있다. 자갈길가에는 접시꽃도 피어 있다. 작은 밭을 일구는 이가 해마다 접시꽃씨를 뿌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밭 아래쪽에서 곱게 피어 있다. 어느새 자두도 빨갛게 익었다. 참새 두 마리가 참나무 가지에서 대나무 가지 위로 날아다니는 모습이 경쾌했다. 갑자기 참새는 몇 년을 살까 궁금했다. 길어야 5~6년이란다. 참새는 죽을 때 어쩌면 장렬하게 숲에 몸을 던질 것 같기도 한데 사고로 많이 죽는다고 했다.

얼마 전 과수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복숭아꽃을 솎으면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소고기를 사먹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귓가로 들었다. 그런데 벌써 노란 봉지로 감싼 복숭아가 커가면서 봉지가 불룩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작년에 긴 장마로 복숭아가 떨어져버린 일이 떠올랐다. 저장이 어려운 복숭아가 익을 무렵 50여일간 비가 내렸다.

시간은 잔인한 것이다. 고작 3분이 권투선수에게는 어쩌면 생사를 판가름하는 시간이며 혹은 다른 위급환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나무는 수십일이면 성장을 마친다고 한다. 복숭아가 노란 봉지 안에서 매시간 커가는 동안에 성질 급한 참새도 사고 없이 제 수명을 살았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일에는 시간을 요하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어쩌면 모든 시간이 골든타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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