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사심의위 방패 삼아 성추행 사건에 '제 식구 감싸기'

길윤형 2021. 6. 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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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군이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며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위원장 전 김소영 대법관)를 꾸렸지만, 수사심의위가 국방부의 소극적 대응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면서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이 부분을 가지고 입건해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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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이틀 연속 '마라톤회의' 했지만
의결된 내용은 1차 가해자 기소 등 뻔한 내용
2차 가해, 부실 수사 등 핵심 쟁점도 못 가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군이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며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위원장 전 김소영 대법관)를 꾸렸지만, 수사심의위가 국방부의 소극적 대응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에 분노한 여론의 관심은 국방부와 군이 오랜 병폐인 성범죄 ‘은폐·축소·왜곡 관행’과 결별할 수 있을지에 집중됐다. 이에 국방부는 군 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시민단체·학계·법조계·언론계 등 민간 전문가들로 수사심의위를 구성하고 지난 1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수사심의위는 18일 2차 회의에선 밤 11시20분까지 8시간 넘는 마라톤회의를 했다. 이에 수사심의위가 사건의 핵심 쟁점인 ①1차 가해(성추행) ②2차 가해 ③부실 수사 등에 대해 명확한 수사 원칙을 밝히고, 신속한 결론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이날 밤 11시29분에 공개된 보도자료를 보면, 의결 내용은 1차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를 기소하고, 가해가 이뤄진 차량을 운전하고 있던 하사는 불기소한다는 내용뿐이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2차 가해나 부실 수사에 대해선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나흘 뒤인 22일 열린 3차 회의도 자정까지 10시간 동안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도 1년 전 별도 장소에서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상관을 기소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뿐이다. 이 중사가 옮겨 간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피해자를 ‘2차 가해’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상급자에 대해선 “논의 끝에 추가 수사 후 의결하기로 했다”며 결론을 미뤘다.

수사심의위가 ‘헛바퀴’만 돌리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심의 안건을 제출하는 국방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조사본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면서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이 부분을 가지고 입건해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이한 대응을 추궁하는 질문이 쏟아지자 ‘수사심의위 의결’을 방패막이 삼아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2009년부터 군의 사건 대응을 지켜봐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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