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폭력 신념' 병역거부 첫 무죄, 국방의무 흔들어선 안 돼

2021. 6. 2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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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어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비폭력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현역병 입영 대상자가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비(非)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이번엔 현역병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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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어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비폭력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현역병 입영 대상자가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비(非)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이번엔 현역병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민주사회에서는 다양성과 소수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지만, 신념의 진정성 여부 판단과 형평성 논란 등이 숙제로 남게 됐다.

대법원 1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2018년 2월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으나,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이번 사건은 A씨가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성소수자인 A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와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반감을 느끼며 사회의 기존 가치체계에 의문을 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된 그는 2007년 대학 입학 후 선교단체에 가입해 6·25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등에 참여하며 군대가 기독교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삼아 대법원은 그의 양심적 병역 거부행위에 대해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고 판단했다.

병역 의무 이행과 관련한 개인의 특수성 인정과 대체복무제는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다양성 포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8년 11월 판례를 바꿀 때부터 ‘진정한 양심’을 가려낼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제에 양심적 신념의 범위 등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최소한의 합의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 가뜩이나 인구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병역 기피 풍조를 부추겨 병역자원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병역 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도 강력하다. 지난해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국방의 의무에 기꺼이 나선 대다수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들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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