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스타니스와프 렘 [나푸름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1957년 10월, 소비에트 연방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에 돌입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페이스 레이스를 벌인다.
국가의 과학기술과 자존심이 걸린 이 경쟁은 달착륙을 이루어낸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났으나, 이 시기의 우주개발 기술 연구는 지구 외 공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펼쳐냈다.
1961년 발표된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는 이렇듯 우주에 대한 새로운 장이 열린 시대의 작품이자,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 아래 정치적·경제적 위기에 빠진 폴란드의 무력한 국가 상황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인간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 과학소설을 차용했고, 소설은 우주를 돌고 돌아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해 말한다.
이야기는 외계 심리학자 크리스 캘빈이 솔라리스 행성으로 부임해오면서 시작된다.
캘빈을 포함해 솔라리스에 간 지구인들의 목적은 행성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지적 생명체인 솔라리스 바다를 관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캘빈이 도착하고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앞서 도착한 한 명은 자살했고, 남은 연구원 두 명은 그를 경계한다. 머지않아 캘빈은 그들의 반응을 이해한다. 오래전에 죽은 아내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캘빈은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방문자가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 그의 아내인지 솔라리스 바다의 부분인지도 알지 못한다. 미지의 존재를 해석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오로지 의미 없음만이 입증될 뿐이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지점은, 인류를 발전시켰던 지식에 대한 추구가 우주의 한 행성에서 최종적인 실패를 겪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영원히 정체를 알 수 없을 미지의 존재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국가의 자존심을 위해 위성을 쏘아 올렸던 냉전시대처럼, 머나먼 우주 공간 안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진실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것이리라.
나푸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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