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동원 '만나서 돈 뜯는' 보이스피싱 기승
취업난 탓 2030세대 가담..'현금 인출 요구'하면 의심을
[경향신문]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피해자가 은행 계좌로 돈을 부치는 ‘계좌이체형’이 줄고 인출책이 직접 돈을 받아가는 ‘대면편취형’이 늘고 있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는 취업난이 심각한 청년층이 ‘고액 알바’ 유혹에 이끌려 인출책으로 동원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경찰은 고객이 1000만원 이상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금융기관이 수사기관에 연락하는 ‘112 통보’ 제도 강화에 나섰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대면편취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66.4%를 기록했다. 계좌이체형은 2018년 89.7%에서 2020년 33.4%로 줄고, 대면편취형은 같은 기간 7.5%에서 47.7%로 늘었다.
대면편취형 범행은 보이스피싱 예방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계좌를 이용한 송금·이체 행위만 전기통신금융사기로 규정해 계좌를 동결할 수 있게 돼 있다. 계좌이체형의 경우 범행에 이용된 전화 사용을 중지하는 게 가능하지만 대면편취형은 송금이나 이체를 거치지 않아 이 같은 규제도 불가능하다.
계좌를 통한 송금은 계좌 이체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입금되는 ‘지연이체’, 일정 금액 이상 입금 시 10~30분 후 돈을 찾을 수 있는 ‘지연인출’, 현금인출기(ATM)를 통한 인출 금액을 제한하는 ‘출금한도’ 등의 제도적 방지책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대면편취형은 피해자가 본인 계좌에서 돈을 직접 인출해 범인에게 건네주기 때문에 적절한 제어장치가 없다.
경찰은 대면편취형 범행을 막기 위해 은행 등 금융기관과의 협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은행 창구 직원이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지책이 없는데, 잘못 신고했다가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은행에선 소극적이기 쉽다”면서 “신고 직원에 대한 포상책을 마련하고, 보이스피싱 의심에 따른 민원은 면책을 두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은행 창구 직원들이 참고할 수 있게 ‘보이스피싱 체크리스트’도 만들었다. 체크리스트에는 “금융기관, 수사기관,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만나 현금을 전달하라거나, 현금을 특정 장소에 보관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있는지” “수표가 아닌 고액의 현금 인출 이유에 대해 화를 내면서 답변 거부 또는 불안·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하는지” 등을 확인하라고 적혀 있다.
2030세대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직접 전달받거나 피해자들이 돈을 놓아둔 특정 장소에서 현금을 찾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 ‘채권 회수’와 같은 명목으로 ‘하루 30만원’ 남짓 고액 일당을 내걸어 인력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수거책도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부분 ‘범죄인 줄 몰랐다’고 말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로부터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난 뒤 자신을 금감원이나 수사기관 사람, 은행직원으로 소개하고 돈을 받아서 전달하라는 등의 구체적 지시를 받고 일을 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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