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4초 만에 감염된 델타 변이... 파우치 “몇 주 뒤면 美 지배”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6. 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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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소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델타(인도)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백신 접종률을 서둘러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도·중국뿐 아니라 미·영도 확산

델타 변이는 최근 발원인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전 세계 92국에서 발견된 상태다. 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현재 델타 변이가 미국 신규 감염 사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6%로, 지난 5일 9.9%에서 배로 늘었다”며 “몇 주 내에 미국에서 지배종(種)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델타 변이가 몇 달 뒤 지배적 위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시기가 더 앞당겨진 것이다. 미국 내 델타 변이 비율은 지난 5월 22일 2.7%였다. 파우치 소장은 “(화이자·모더나 등의) 백신은 변이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며 백신 접종을 강조했다.

델타 변이 여파로 영국도 1000명대까지 떨어졌던 하루 신규 확진자가 이날 1만6135명이 돼, 전날 1만1625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전파력이 더욱 강한 ‘델타 플러스’ 변이도 41건 확인됐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는 오는 8월 말이면 유럽연합(EU) 지역 내 신규 감염 사례의 90%가 델타 변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비상이다. 중국 보건 당국이 5월 말 광저우에서 발생한 감염자들을 조사한 결과, 식당 화장실에서 감염자와 14초간 같이 있었던 남성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 감염자와 45초간 같은 화장실에 있다가 감염된 사례도 있다. 모두 환자와 직접 신체 접촉이 없었는데도, 순식간에 감염된 것이다. 인도 역시 델타 변이의 강력한 확산세를 우려하고 있다.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의 란딥 굴레리아 소장은 “새로운 델타 플러스 변이의 전염력이 아주 강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감염자 옆에서 걷는 것만으로 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면역 형성되는 겨울까지 고비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델타 변이 감염자는 총 256명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선 감염 규모가 크지 않지만 백신 접종 완료율이 8.6%에 불과하고, 고령층 2차 접종은 8월에나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든 대규모 확산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델타 변이가 점차 우세종이 될 확률이 높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접종률이 70%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11월 전까지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정부가 계획 중인 방역 완화 조치의 속도를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델타 변이 확산을 막는 것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11월 말까지가 고비”라고 했다.

방역 당국은 24일 델타 변이 국내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해외 입국자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국가 중 국내 유입이 많은 국가에 대해서는 방역 강화 국가로 지정해 입국 통제를 할 계획”이라며 “델타 변이가 확산한 지역에 대해서는 격리 면제 등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이어 변이에 대응하고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서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왕관 모양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와 더 잘 결합되도록 변형된 것을 의미한다. 델타 변이는 베타형(남아공) 변이와 엡실론(미 캘리포니아) 변이 요소를 한번에 지녀 ‘이중 변이’라 불리며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의 2.7배, 알파(영국) 변이의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영국 등 세계 11국에서 최근 퍼지기 시작한 ‘델타 플러스’ 변이는 델타 변이에 ‘K417N’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추가된 것으로,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더 높고 우리 몸에 침투했을 때 항체를 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우리나라에선 델타 플러스 변이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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