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9일 대선 도전' 못 박은 윤석열, 출마 명분 분명히 밝히라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29일 서초구 양재동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예고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민 여러분께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지 약 4개월 만이다. 내년 3월 대선까지 9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은 결코 이르지 않다. 그런 만큼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왜 나서는지, 그리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상황은 그야말로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다. 미·중 경쟁, 북핵 등 외교안보 난제가 쌓이고 있으며, 경제·노동 등 현안을 둘러싼 환경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오로지 검찰에서만 27년 일했다. 이런 경력으로 과연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많다. 문재인 정부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강단을 보여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정치인 윤석열의 능력은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퇴 후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며 대선 출마를 모색해왔다. 그동안 공부하고 다져온 각 분야의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 등도 소상히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이 검찰 중립성 훼손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정치판에 뛰어든 명분을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하면서도 행보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만큼 더 이상 이런 모호함은 허용될 수 없다. 비전, 정책과 함께 혼선을 빚고 있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큰 정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시민들은 짐작조차 못한다. 이제 모호한 정치는 지양돼야 한다. 새롭고 투명한 정치를 원하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무엇을 하려는지 출마 선언문에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된 X파일을 ‘괴문서’라며 “여권이 개입해 이를 만들었다면 명백한 불법 사찰”이라고 했다. 가정법을 써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를 원한다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당하게 검증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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