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빈의 지속가능사회] 중국·비트코인 파고드는 '탄소중립'

2021. 6.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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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빈 연합뉴스 전문기자
이광빈 연합뉴스 전문기자

'탄소 리스크'의 잠재적 폭발력이 발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프라 구축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탄소 국경세 도입에 관해 운을 뗐다. 미래형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리스크를 헤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탄소 중립 가치 사슬을 만들기 위한 밑작업에 이미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미래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이다. 올해 들어 비즈니스 분야에서 팬데믹처럼 번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인류 생존의 필수 관리 조건인 '탄소 리스크'가 대중 속으로 조금 더 각인되는 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컸다. 지난 12일 테슬라 자동차 결제에 비트코인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그의 '변심'이나 '변덕', 또는 '술책' 덕분이다. 명분은 비트코인이 '전력 먹는 하마'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외부로 나타난 사실은 머스크에게 탄소 배출 문제는 그의 사업에 주요 요소로 작용해왔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온 것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 거래로 재미를 봐왔다. 지난해 15년간의 적자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데에는 탄소배출권 거래 탓이 컸다. 올 2분기 흑자 여부도 탄소배출권 거래 실적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맥북과 아이폰, 아이패드, 앱스토어 등을 내놓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애플은 친환경 분야에서도 파격적으로 나왔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 7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폰 등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망까지 포함해서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매년 탄소 배출량을 100만t 감축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애플이 2030년 탄소 중립 전략을 재확인한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신제품 발표에 묻혀 주목을 덜 받았지만, 장기적으로 상당한 파괴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도 2030년까지 관련된 모든 가치 사슬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구글도 2030년까지 클라우드 사업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황이고, 아마존은 2025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풍력 발전단지, 아마존은 태양광 발전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들 기업을 포함한 미국의 300개 이상 기업들은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기존의 2배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기로 작정한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춘 모양새였다. 눈앞에 다가온 '탄소 리스크'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눈치 빠른 행보로 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행보는 '광폭'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이어 4월에는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기후정상회의를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지못해 참석한 중국과 러시아 정상 앞에서 미국이 다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고삐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으로서는 불편한 상황이다. 중국은 2060년에서야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무시했던 트럼프 행정부 때는 볼 수 없었던 신무기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국제환경단체들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듣는 한국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6번째로 많았다. GDP에서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수출 산업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춰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기로 선언했다.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이는 목표다. 그런데 최근 탄소 중립을 둘러싼 국제적인 흐름은 우리가 잠시도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급물살을 타는 게 현실이다.

이광빈 연합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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