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품은 신세계 "온라인·디지털로 대전환"

고영득 기자 2021. 6. 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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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 신년사를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그룹이 연간 거래액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사업 구조를 온라인·디지털로 전면 전환한다고 24일 선언했다.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SSG닷컴·이베이코리아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까지 갖춰 언제 어디서나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유통 최강자’ 지위를 노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초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네이버가 빠지면서 신세계는 지분 8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베이 본사가 원했던 5조원 이상의 매각가보다 낮은 3조4400여억원에 이베이코리아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베이 본사는 나머지 20%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그만큼 이베이 본사가 신세계의 사업 전략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신세계는 네이버 참여 없이도 인수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가양점을 매각하면서 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했고 하남 스타필드를 담보로 한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디지털 신기술로 촉발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부동산 중심의 그룹 자산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 ‘자산의 디지털화’도 병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옥션과 G마켓, 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에서 진일보하지 못해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에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에도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끌어내려면 대규모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투자비와 소요시간을 고려하면 검토 착수 때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인수를 접었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를 낸 알짜 기업으로 통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거래액 3위 지위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창출해 인수 후 시너지에 주력하면 승자의 저주로 몰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신세계는 SSG닷컴이 신선식품과 패션 분야에서 강하고, 이베이코리아는 비식품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4월에는 여성 전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인수했다.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매입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완성형 이커머스 모델’에 다가서겠다는 게 신세계의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신세계는 이커머스 영역에서 ‘유통 라이벌’ 롯데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업계 2위 쿠팡도 밀어냈다. 신세계는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한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당일배송 등을 통해 입점 판매자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베이코리아의 대량 물량을 기반으로 센터 가동률을 높이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세계 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유통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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