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된 삼성의 '일감 몰아주기'

한겨레 2021. 6. 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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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구내식당 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특혜성 부당이익을 안겨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삼성에 부과된 2349억원의 과징금은 재벌 부당지원 사건에서 최대 규모다.

하지만 부당지원을 주도한 혐의로 최지성 전 실장과 삼성전자를 고발하면서, 정작 부당이익을 얻은 총수 일가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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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서초동 본관 건물.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그룹이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구내식당 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특혜성 부당이익을 안겨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삼성에 부과된 2349억원의 과징금은 재벌 부당지원 사건에서 최대 규모다. 삼성은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이라며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지원과 함께 경쟁업체와의 공정거래를 해치고, 재벌 소속이 아닌 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까지 가로막아 공정한 시장경제를 해치는 ‘독버섯’과 같다. 하루속히 근절되어야 할 폐해다. 재벌들이 말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강조하면서 끼니당 단가가 4천~5천원에 불과한 급식시장에서 4천~5천개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것도 낯뜨거운 일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4개사는 2013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8년여간 웰스토리에 구내식당 일감 100%를 수의계약을 통해 몰아줬다. 또 식재료비의 25%를 마진으로 보장하는 등 특혜성 계약을 맺었다. 대-중소기업 간 갑질 논란이 여전한 현실에서, 삼성이 다른 협력업체에도 동일한 특혜를 제공한 일이 단 한번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최지성 전 실장의 주도로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계약구조를 만들고, “미래전략실 결정 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식자재 검증과 경쟁입찰 도입 추진도 막았다. 총수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편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오명을 또 다시 듣게 됐다.

웰스토리는 지원에 힘입어 평균 영업이익률이 15.5%에 달했다. 이는 아워홈 등 11개 상위 경쟁업체 평균 영업이익률(3.1%)의 5배에 달한다. 웰스토리는 이를 기반으로 한 출혈 저가 수주로 시장 1위에 올랐지만, 시장은 공정경쟁 질서가 무너지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웰스토리가 2015~2019년 삼성물산에 지급한 배당금은 2758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계열사 지원을 바탕으로 총수 일가의 핵심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준법경영을 다짐했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책임자인 정현호 사장은 한번도 공정위의 서면·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사관의 항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준법경영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삼성은 지난 4월 현대자동차 등 7개 그룹과 함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들은 약속 이행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말한다. 삼성은 조속히 약속 이행에 나서기 바란다. 당시 보수언론은 “공정위가 대기업의 직원들이 밥 먹는 것까지 과도하게 간섭한다”며 터무니없는 비판을 했다. 무엇이 국민경제를 위하는 일인지 냉철히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의 부당지원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부당지원을 주도한 혐의로 최지성 전 실장과 삼성전자를 고발하면서, 정작 부당이익을 얻은 총수 일가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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