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통큰' 베팅, 이베이로 유통 신세계 연다.. 온·오프 '최강자' 등극
정용진, 얼마에 인수했냐 아닌 얼마로 만들지가 문제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 한다. 향후 조단위 투자가 감행되야 하지만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유통판 전체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초기에는 기존 운영하고 있는 SSG닷컴, 이마트몰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풀필먼트센터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고객 빅데이터는 공유해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온·오프라인 통합 확고한 1위 유통 사업자로 발돋움 한다는 목표다.
◇정용진 강한 의지 통했다
이마트는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약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올 초 이베이 측이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공식화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 인수시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미래사업의 중심축이 온라인과 디지털로 전환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측은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주문과도 일맥상통한다. 정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완료되는 즉시 그룹 내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확고한 온·오프라인 통합 1위 유통 사업자로 발돋움 한다는 목표다.
이를 시작으로 신세계는 다가올 미래를 위한 '디지털 에코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뿐만 아니라 최근 인수한 SSG랜더스야구단 및 이베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까지 갖추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완전한 온-오프 ‘360에코시스템’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메인 플레이어로 등극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네이버(18%)와 쿠팡(13%)에 이어 3위다.
여기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점유율 2.4%를 더하면 이커머스 업계 대표 주자인 쿠팡을 앞선다. 말 그대로 네이버,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충성도 높은 이베이의 270만 유료고객과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의 셀러를 얻게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이 가능해진다. 최근 국내 IT 전문가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베이의 숙련된 IT 전문가를 품에 안으면서 온라인 사업 규모와 성장의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에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플랫폼을 확고히 구축하고 통합매입으로 가격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져 '완성형 이커머스 모델'에 다가선다는 목표다.
시너지 결합을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최첨단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로 인해 전국 이마트의 PP센터도 온라인 물류창고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당일배송 등을 통해 셀러 경쟁력 향상은 물론 센터 가동률을 높여 투자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베이 지분 20% 향방은?
한편 이베이코리아의 나머지 지분 20%는 이베이 본사가 계속 보유한다. 실탄에 여유가 있었던 신세계가 굳이 20% 지분을 남긴 것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된다.
신세계가 지분 80%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한 것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전체 몸값은 약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베이 본사가 희망했던 5조원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세계가 베팅을 못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20% 지분을 남김으로서 금액을 낮추고 싶은 신세계 측과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이베이 측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분 80%만 인수하면서 부담을 낮추고 이베이 본사와 협업할 여지를 남겨놓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베이로서도 신세계 품에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향후 더 높은 금액에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며 업계 2위로 단숨에 도약하는 등 업계 판도 변화가 일어났다"며 "향후 롯데, 쿠팡, 카카오 등 경쟁 유통업체들의 변화와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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