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맞고도 주가 급등한 넥센타이어, 그 사연은

박종오 2021. 6.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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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 관세 부과 '예고된 악재'보다 호재 기대감이 더 커
수익성 개선 기대에 주가 급등..증권사 보고서 영향도
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관세 맞고 주가가 오히려 뛰었다? 국내 3대 타이어 제조사 중 하나인 넥센타이어의 24일 주가 흐름 얘기다.

이날 넥센타이어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8% 급등한 주당 927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가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시장에 특별한 호재는 없었다. 외려 악재가 터졌다. 

전날(현지 시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타이어의 덤핑 판매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한국 타이어 제조사가 정상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타이어를 수출해 미국 타이어 업계와 노동자들이 타격을 봤다는 얘기다.

국제무역위의 최종 판정에 따라 이달 말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 14.72∼27.05%가 부과된다. 넥센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가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가 적용 대상이다. 미국 현지 타이어 판매가격이 오르게 된 셈이다.

3사의 미국 등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넥센타이어 30%, 한국타이어 26%, 금호타이어 24%다.

그런데도 넥센타이어 주가가 껑충 뛴 사연은 이렇다. 우선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는 ‘예고된 악재’다. 미국 행정부의 수입품 덤핑 판정 및 관세 부과는 4단계 절차를 밟는다. 국제무역위의 산업 피해 예비 판정, 미 상무부의 덤핑 예비 판정, 상무부 최종 판정, 국제무역위 최종 판정을 거쳐 반덤핑 관세 부과라는 행정 명령을 한다.

미국 국제무역위가 예비 판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이후 미 상무부가 지난달 24일 확정 발표한 반덤핑 관세율은 올해 1월 예비 판정 때보다 거꾸로 낮아졌다. 업체별 관세율은 한국타이어가 예비 판정 당시 38.07%에서 27.05%, 금호타이어가 27.8%에서 21.7%로 인하됐다. 넥센타이어는 14.24%에서 14.72%로 소폭 올랐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초 미국 상무부의 예비 판정이 나온 후 관세율이 한 차례 조정되면서 충격이 완화됐다”며 “이번에 관세 부과가 마무리된 것에 시장도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불확실성 해소를 호재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이번 관세율도 엄밀히 말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재심의 절차를 거쳐 내년 말 세율이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내 타이어 3사는 미 상무부 예비 판정이 나온 올 1월부터 덤핑 관세를 예치금 형태로 미국 정부에 내고 있다. 관세율이 낮아질 경우 더 낸 세금은 환급받을 수 있다.

또 타이어 업계는 예고된 악재보다 호재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동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전방 산업인 자동차 업계에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발목 잡힌 신차보다 중고차 시장이 초호황을 누리며 미국 등에서 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현지 타이어 생산량을 늘려 반덤핑 관세를 피하고 미국 내 판매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에 힘입어 금호타이어 주가는 올해 초에 견줘 2배 넘게 치솟았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같은 기간 40%가량 오르며 상승 폭이 그에 못 미쳤다. 회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날 넥센타이어 주가에 불을 지핀 것은 한 증권사가 낸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쓴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넥센타이어는 공장 증설과 운반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져 그간 타이어 업체 중 주가가 제일 적게 올랐다”면서 “넥센타이어 주가가 같은 업종의 기업 대비 워낙 저평가된 상태인 데다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리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 연구원이 제시한 넥센타이어 목표 주가는 주당 1만1천으로 이날 종가(9270원)보다 19% 높다.

반면 장 연구원은 “넥센타이어는 유럽 체코의 신규 공장이 충분히 가동되기 전까지는 고정비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며 “여전히 우려할 만한 요인들이 남아있어서 현재 주가가 싸다고 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한국타이어(5만2200원)와 금호타이어(7760원) 종가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33%, 0.13% 각각 내렸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분 19.49%를 보유한 관계사 한온시스템 매각전에 LG전자 등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점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분 매각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예상에 주가가 미끄러졌다는 의미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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