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구소련 미술을 만나다..'굿모닝, USSR'

배문규 기자 2021. 6. 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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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토좌로프의 <발샤야 프이싸의 급류>(1964). 홍수 이후 폐허가 된 마을을 두터운 붓터치로 그려냈다.

‘소련 미술’이라는 말조차 사실 입에 익지 않다. 냉전시대 이념의 장벽이 워낙 높았던 탓이다. 공산 정부도 예술품의 자유로운 반출과 반입을 제한해 교류 자체도 적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구소련 미술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나마갤러리에서 오는 30일 개막하는 <굿모닝, USSR> 전은 러시아 작가 55명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 USSR(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들어가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작품들은 1950년대부터 1991년까지 구소련 회화를 소개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회화가 가장 먼저 떠오를 테지만, 생각보다 표현의 폭이 넓다. 말레비치의 절대주의나 타틀린의 구성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것부터 인상주의, 표현주의 계열의 정물화·풍경화·인물화 등 베일에 가려졌던 다양한 러시아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들 대다수가 소비에트 예술가 연맹 회원이며, 상당수는 러시아 공로예술가 출신이다. 라브렌코, 스토좌로프, 코미사로프 등 러시아 예술가 최고 칭호인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작가들도 10여명 포함됐다고 갤러리는 소개했다.

구소련이라는 시대적 맥락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이를테면 한국에선 1980년대 리얼리즘 경향의 민중미술이 체제에 대한 저항성을 드러냈다면, 소련의 리얼리즘 미술은 일종의 관제 미술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추상화와 같은 아방가르드 미술이나 풍경화 등은 체제 저항성을 띠었다고 한다. 그림 속 스산한 풍경에서 미묘한 사회적 공기를 맡을 수 있다.

전시 작품은 오는 9월 경기도 평택에 문을 여는 mM아트센터가 소장한 ‘조아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다. mM아트센터를 여는 철강업체 조아물산 측에서 30여년에 걸쳐 러시아 회화 1400여 점을 수집했다.

mM아트센터 개관에 앞서 나마갤러리와 협력해 소장품 일부를 미리 선보인다. 러시아 문화부의 공식적인 해외 반출 허가를 거친 작품들이다. 전시 서문을 쓴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조아 컬렉션은 정치적 암흑기였던 스탈린 시대 미술 작품들을 시작으로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소련 지도부를 해체한 시기인 1990년대 작품까지 망라하고 있어 흥미롭다”며 “우리에게 미지의, 감추어져 있던 구소련 시절 미술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Fayustov <모스크바 근교의 눈 속에서>(2010)
L N 세메이코 <트빌리시의 가을 풍경>(1979)
S L 로쉰 <모퉁이>(1990)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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