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네스트호텔, 두꺼운 책 세 권을 쌓은 듯..휴식의 품격이 더해졌다

은정진 2021. 6.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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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건축물 열전
독특한 외관·이색적인 객실
국내 첫 '디자인호텔스 멤버' 선정
계단형 레스토랑에 'ㅅ'자 베란다 눈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지나 남측 방조제 위 도로를 가로질러 마시안 해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독특한 외관의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2014년 10월 문을 연 네스트호텔이다.

화려한 규모를 자랑하는 호텔이 즐비한 영종도 안에서 네스트호텔은 호텔치고는 11층의 낮은 높이 때문에 다소 소박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호텔은 2014년 세계적 권위를 가진 호텔 플랫폼인 ‘디자인호텔스’로부터 독창적 건축 구조, 디자인, 서비스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과 함께 국내 최초로 ‘디자인호텔스 멤버’로 선정됐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독특한 모습과 이색적인 객실 구조 때문에 네스트호텔은 7년째 여행객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영종도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외관보다 방 먼저 설계


네스트호텔은 스카이72골프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네스트홀딩스가 인천시 중구 운서동 2877 내 대지면적 4만2060㎡에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로 지은 5성급 호텔이다. 서울 광화문 D타워를 설계한 디자인 전문기업 제이오에이치(JOH)앤컴퍼니가 네스트호텔을 디자인했다.

밝은 회색빛 콘크리트로 지어진 이 건물은 멀리서 보면 마치 두꺼운 책 세 권을 대충 쌓아올린 듯 하다.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뉜 외관은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통상적으로 호텔은 건물 외부 형태를 디자인한 뒤 내부에 들어가는 객실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짓는다. 이 때문에 호텔 내 객실 구조는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르다.

네스트호텔은 정반대였다.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사람들이 어떤 방을 골라야 할지 주저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3년에 걸쳐 실제 견본주택까지 만들어가며 완성한 스테레오 타입의 객실 디자인을 그대로 쭉 이어붙여 한 개 층을 구성했다. 이 때문에 총 370실로 구성된 호텔 객실은 스탠다드룸과 디럭스룸, 스위트룸 등 딱 세 가지 타입뿐이다. 타입별로 어떤 방을 선택해도 객실 구조와 가격이 같고 뷰도 비슷하다.

4층부터 7층에 있는 스탠다드룸은 객실 폭이 좁다. 반면 8층부터 10층에 있는 디럭스룸은 그보다 객실 폭이 더 넓다. 필연적으로 층별 건물 폭이 달라졌다. 설계자들은 이런 폭 차이를 억지로 맞추지 않고 그대로 쌓은 듯 디자인했다. 그렇게 지그재그로 튀어나온 호텔 디자인이 탄생했다.

 사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

네스트호텔이 들어선 지역은 과거 갈대밭이었다. ‘갈대로 만들 수 있는 집이 뭘까’ 고민하던 설계자들은 ‘둥지’를 생각해냈고 이름을 네스트호텔로 지었다. 호텔 콘셉트는 ‘둥지처럼 편한 공간에서 쉴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다. 이런 이유로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 상당 부분을 둥지 색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웜 그레이(밝은 회색) 톤의 노출 콘크리트로 지었다. 당시만 해도 건물 전체를 노출 콘크리트로 짓는 경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물었을 만큼 이 같은 시도는 파격적이었다.

과한 색상이나 화려한 인테리어도 과감히 버렸다. 대표적 공간이 로비다. 여느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웅장한 인테리어나 반짝이는 조형물은 이 호텔 로비엔 없다. 대신 사각 또는 원형 기둥이 아니라 위에서 봤을 때 ‘+’ 모양의 다소 독특한 형태의 기둥을 넣어 지루함을 없앴다. 로비 천장 역시 와플 모양의 격자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인테리어를 덧붙여 꾸미는 대신 아예 내부 구조 자체를 새로 디자인한 것이다.

이 밖에도 호텔 내부엔 사용자를 배려한 재미있는 구조가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온다. 1층 레스토랑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계단형으로 지었다. 어느 자리에서 식사를 하든 거대한 통창을 통해 모두 똑같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객실도 자세히 보면 작은 배려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디럭스룸엔 침대가 벽에 붙어 있지 않고 방 한가운데 배치돼 있다. 누워서 정면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베란다 역시 일반적인 베란다 형태인 ‘ㄷ’자가 아니라 ‘ㅅ’자로 디자인했다.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침대 위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배려 덕에 건물 외관은 의도치 않게 마치 두 개의 하모니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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